JYA가 한겨레 기사를 통해 소개되었습니다.

인터넷 포탈 메인에 이 기사가 오른게 어제 저녁. 오늘은 지면으로 게재되었습니다.

지난 화요일 가벼운 마음으로 임종업 기자님과 만나 3시간여를 이야기하면서 어떻게 기사가 나갈까 궁금하기도 하고, 알아서 잘 써주시겠지 하면서 신경 안쓰고 있었는데, 포탈 메인에 오르면서 과분하게도 정말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셨습니다.  

덕분에 트래픽 약정 용량 얼마안되는 사무소 웹사이트는 수십번 다운되고, 오늘 하루 종일 축하 전화로 전화기를 붙들고 있었습니다.

저희를 좋게 봐주시고, 응원의 목소리를 남겨주신 분들께 모두 감사드리고,

의구심(?)의 눈초리로 따끔하게 이야기하셨던 분들의 이야기들도 새겨 듣겠습니다. 


그리고 몇 가지 아쉬웠던 점들은

포탈에 기사가 게재되면서 사진에 대한 설명 그리고 저작권을 갖고 있는 황효철 작가 이름이 홀랑 빠져버린 점. 그리고 그로 인해 기사를 포탈 뉴스로 읽는 많은 분들이 프로젝트를 이해하시는데 혼란이 조금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래는 한겨레 뉴스에서 바로 캡쳐해서 가져왔습니다.

그리고 장시간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그 이야기들을 한정된 지면으로 옮기면서 저희가 읽기에는 크게 무리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일부 오해의 부분들이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하루종일 뭔가 붕 떠 있는 느낌이었지만, LCH장흥 프로젝트 터파기가 오늘 시작되고, 이미 진행중인 프로젝트들의 빠듯한 일정들이 하루하루 다가오는 만큼 정신 바짝차리고 하던 일 마저 잘 하겠습니다.


130705. J.





부암동 현장에 있는데 어린이재단 전남본부에서 전화가 왔다.

"소장님~두번째 집 이제 지으셔야죠~ 돈이 마련될거 같아요~"

뜬금없이 전화하셔서 갑작스레 지으시잖다. 

그래서 나두 단번에 보자며 내려간다고 하고는 오늘 전라남도에 다녀왔다.

사실 말이 뜬금없이 전화했다고 했지 사실은 알고있다. 

집 짓기 위한 돈을 후원받아 마련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그래서 재단분들이 얼마나 수고하셨는지를.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여쭤봤다. 

"그래서 얼마나 모으셨어요?"

3천인데요 쫌 더 할수도 있을거 같아요.

또 다시 시험에 들거 같은 기분이다. 

첫번째주택인 벌교보다도 작은 돈이다.

하지만 예산에 대한 걱정보다 어떤 집일지에 대한 궁금증이 더 컸다.


새벽에 일어나 목포를 거쳐 두번째 집짓기 장소인 장흥에 도착했다.

장흥은 강진과 벌교 사이에 위치해 있다.

그래서 지난 겨울 강진과 벌교를 거의 매일왔다갔다 하던 나에겐 장흥가는 길이 매우 낯이 익었다.


장흥집을 가면서 대상자분들의 상황에 대해 얘기를 들었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 계신 분들의 이야기를 들을때면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어째서 고난은 가뜩이나 어렵고 힘든분들에게만, 그것도 한꺼번에 몰아서 오느냐는 것이다.

이분들도 그런 상황이었다.

다행히 부모님이 정말 열심히 살려고 하시는 분들이지만, 

아버님과 어머님이 번갈아서 사고가 나시고 병을 얻고, 수술을 해야하고, 

그러면서 수입이 없어지다 보니 아이들은 점점 더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되고, 아.... 아이들은 또 어찌도 그리 많이 낳으셨단 말인가. 

이 집엔 부모와 다섯아이 해서 총 일곱가족이 살고 있다.

집은 너무나 오래되어서 상태가 매우 안좋았고 화장실이 없이 

대문옆에 문도없는 변기만 하나 놓여있었다.

상상이 가는가. 

엄마를 포함해 청소년이 된 여자아이들까지도 문도없이 훤히 다 보이는 

변기를 화장실로 쓰고 있었다는 것이.

거기다 집에는 과거 소를 키우던 우사가 남아있어 그곳에 있는 소의 배설물들이 그대로 방치되어

악취와 파리들이 집에 가득했다.

하지만 가장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었다.

그건 바로 집에 쥐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오래되고 낡은 집이다 보니 그렇겠지만 옷장이며 주방이며 

심지어 밥먹는데 밥상 밑으로도 쥐가 지나갈 정도라는 것이다. 

오늘 현장을 방문했을때 짐정리를 위해서 옷장의 옷이며 이불등을 꺼내놨는데

그 안에서 나온듯한 쥐똥들이 바닥에 가득했다.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여기서 과연 사람이 살 수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에서 살아온 다섯명의 아이들이 정말 건강할수 있을까 라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 


이곳에 내려오면서 재단분들에겐

최근 부쩍 바빠진 사무실 사정을 핑계로 가급적 빨리 하겠지만 

언제쯤 공사를 시작하게 될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핑계만은 아닌 사실이긴 했지만 이런 광경을 보니 차마 그런이유를 대면서 공사를 미룰 순 없을 거 같았다,

우리가 하루이틀을 미루면 아이들은 이런집에서 

하루이틀을 더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최대한 빠른 시간안에 내려와야 할거 같았다. 

같은게 아니라 그래야 한다. 


현재 아버지는 병원에서 수술을 기다리고 계신다.

어머니가 원하시는 건 그저 고등학생이 된 자녀들도 있으니 최소한 남자와 여자끼리는 따로 잘 수 있게

아이들방이 좀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현재는 방이 하나밖에 없어서 고등학생인 두 자녀는 그 방에서, 부모님과 나머지 셋은 거실(?)같은 

부엌앞에서 잔다. 그리고 집이 너무 어두워 집이 좀 밝아졌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그리고 화장실과 씻는곳도 있었으면 좋겠단다.


들어보면 당연히 집이 가지고 있어야 할 것들을 어려운 부탁인듯이 조심스레 말씀을 하신다.

마음이 참 아팠다.


벌교때보다 예산은 적고 가족은 많다보니 필요한 공간은 더 많은 상황이다. 

또 그때는 일부 자재도 후원받을 수 있었으니 두번째집의 상황은 더 어렵다고 할 수 있다.

더싸고 효율적으로 지을 수 있는 방법을 찾기위해 이제부터 머리를 싸메고 고민을 해야하는 이유다.


우리가 현장에 도착했을때 자원봉사자분들이 집을 정리하고 계셨다.

쓰레기가 한트럭이 나왔다며 웃으셨다.

이번 장흥프로젝트는 군청에서부터 장흥의 복지단체들이 매우 적극적이시고,

거기다 마을에서도 이 가족을 위해 걱정도 많이 해주시고 새로 집을 짓게 된것에 대해 진심으로 기뻐하시고

적극적으로 돕고 싶어 하신단다.

그래서 우리가 현장에 도착했을때 우리를 오랫동안 기다리던 손님맞듯이 반가이 맞아주셨다.

이런 마음들이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이 프로젝트가 잘 마무리될것 같다는 기대를 하게 만든다.

저런 좋은 마음들이 모였을때 좋은 집이 나오는게 아닐까. 


어쨌든 이렇게 해서 갑작스레 Low Cost House series 그 두번째 집 "장흥" 편이 시작되었다.


130605 Y 




정말 오랜만이다

매번 쓸때마다 오랜만이라는 말을 하게 되고 

그럴때마다 이제부턴 좀더 열심히 이곳에기록을 남기겠다고 다짐을 해봤지만

결국 다시 또 오랜만이다 라는 말을 하게 되는게 참 민망하다.


이 글을 쓰려고 마지막으로 쓴 글을 찾아보니 무려 2월 말에 쓴게 끝이었다.

물론 그 사이에 J가 글을 썼으니 다행이지만.

어쨌든 그래서 오늘은 그동안의 일들을 간단히 정리하고 다음 글들을 위한 사전준비글 정도로 해보겠다.


지난 전라도에서의 일련의 작업들이 장장 5개월여만에 모두 마무리되고 

드디어 서울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 시기쯤 해서 만난게 지금의 부암동 건축주분들이다.

사실 개인적으론 지난 3달여동안 진행해온 프로젝트가 이 것이고 

중간중간 포스팅할만한 일들이 많이 있었지만 그 이야기들은 따로 준비하는게 있어 

모아두고 있는 중이다.

다만 정말로 열정적이고 부지런하시고 긍정적이시고 특이하신 분들이라서 조금은 

특이한 형태와 이질적인것과 한옥의 공존에 대해 좋은점만 봐주셔서 즐거운 맘, 피곤한 몸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 이야기들은 후에 모두 낱낱이 보여드릴 기회가 있을거라고 믿고 우선은 이정도로 정리해 두겠다.


지난 2월말부터 해서 3개월동안 사무실은 무척 바빴다. 

사무실 처음 시작할때 갖고있던 유일한 프로젝트인 충남의 근생시설이 1년도 넘게 돌고돌아 

드디어 본격적인 설계에 들어갔다.

다행히 그사이에 땅문제가 해결이 되었고 미리 들어오겠다고 하는 임대인도 구했지만 여전히 문제는 계속

발생하고 있다. 현재 가장 피곤한 문제는 현재 땅을 일부 임대해쓰고있는 공업사가 나가질 않아서 측량자체를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법적대응까지 고려하고 계시다. 


여기에 그 후 간간히 사무실로 프로젝트 의뢰가 들어온다.

대부분이 우리가 했던 작업들이 소개된 것들을 보시고 연락을 해오신 것이다

정말 고무적인 일이다. 

우리로선 처음에 생각했던 가장 이상적인 프로젝트 수주 방법이며 유일한 방법을 통해 들어오고 있기때문이다.

다만 흥미로운건 우리에게 연락해오시는 분들중 대다수가 벌교주택을 보고 연락을 하신다는 것이다.

사실 벌교주택은 이렇게까지 많은 분들이 관심가져주실 줄 몰랐는데 저예산이라는 점과 뽁뽁이지붕에 대해 

좋게 봐주시는 것 같다. 

어쨌든 그런 이유때문인진 몰라도 연락주시는 대부분의 분들은 굉장히 적은 예산을 갖고 계신분들이다. 

다양한 요구와 매우 제한적인 예산안에서 치열하게 고민해야 하는 프로젝트를 할 수 있음에 진심으로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


그렇게 해서 최근 시작한게 목동의 다세대(말그대로 할아버지, 아버지, 아들 의 이 세세대을 의미한다), 

그리고 부평의 숲속집이다. 

(사실 생각해 보니 '그렇게 해서' 이 프로젝트들을 시작한건진 정확치 않다.  

이분들이 저예산을 갖고 계신 것도 아니고 굳이 벌교주택때문에 우리를 보신것도 아니다.

예산은 그저 원하시는 것을 하실만큼 적당히 갖고 계셨다.)


이외에도 우리에게 제한적 역할만을 원하는 그런 프로젝트가 2개정도 더 진행되어 마무리가 되어가고 있다.

그 덕분에 지금까지 셋이서 지지고 볶고 해오던 사무실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함께 일할 분들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기쁜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주에 공고가 나간 후 예상치 못했던 정말 많은 분들이 지원을 해주셨다.

해외에 계신분들까지 인턴쉽지원을 많이 해주고 계시다. 

일일이 모두를 뵙진 못했고 우리 기준에서 그분들을 판단하기도 참으로 곤란했다.

그저 몇몇 내부기준에 의해 두 분을 선택을 하고 합류를 했다.

다른 지원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휴. 많은 이야기가 있는 사건들을 짧게 나열하자니 더 힘든거 같다.

이제부터 저 각각의 이야기들을 차례로 차근차근 올려야겠다


최근 새벽에 눈이 떠진다. 

걱정이 많아졌다는 몸이 보내는 신호다.

덕분에 가까워진 사무실에 도착하는 시간이 7시 이전이다.

비소리를 들으며 사무실에 홀로있는 아침의 2시간의 여유는 참으로 좋은것 같다.



130529  Y


  




신설동사무실


작년 2월에 한국에 들어와 매서운 추위가 한창이던 어느날, 

신설동 사무실에서 둘이서 페인트칠을 하던게 생각이 납니다

페인트칠을 하니 냄새가 심해 창문은 열어야겠고, 막상 창문을 여니 너무 추워서 다시 닫고, 

닫고 페인트칠을 하니 머리가 아파 다시 열고, 추워서 다시닫고.. 이짓을 반복하며 하루종일 미친짓을 하던 때였는데 

어느새 이만큼이나 짐도 늘고 현희가 합류를 해서 사람도 늘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당시에 멀 믿고 저짓을 했고 사무실을 시작했을까 하고 당시의 마음이 궁금해지기도 하고 

그래도 한해동안 벌써 4개의 작업이 끝났고 

그동안 많은 분들과 많은 일들을 겪어 왔다고 생각하니 스스로 대견하기도 합니다.

처음에 페인트칠을 다 하고 J 와 둘이서 아픈허리를 부여잡고 저녁을 먹으면서 이 고생이 아까워서라도 

이 사무실에서 몇년은 있어야겠다고 얘기했었습니다.

하지만 오토바이와 사람, 짐옮기는 소리로 시끄럽던 동네가 

레미콘차량소리, 공사차량소리, 공사장먼지로 시끄러워지면서

안타깝게도 사무실을 옮겨야할때가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습니다. 

어쨌든 저희에겐 지난 1년동안 미우나고우나 따뜻하고 안락했던 (비록 겨울엔 조금 춥긴 했지만) 공간이며 

안식처였는데 막상 이렇게 떠나려니 아쉬움도 많이 남습니다


새로 이사할 곳은 마포구 합정동입니다.

조용하고 작은 스케일의 동네를 찾아 서촌이며 용산이며 찾다가 결국 이곳으로 결정하였습니다

그리곤 지난 일요일부터 수요일까지 4일동안 내부정리 공사를 시작하였습니다.

처음 신설동에선 딸랑 둘이서 했었는데 이번엔 우리도 세명이고 함께 사용하는 팀도 있었고

Team of 라권수 에서 공사를 도와주셨습니다. 


천장 및 가벽철거작업부터 시작했습니다


                                             










일월화 3일간의 간단한(?) 정리공사를 마치고 수요일에 신설동에서 이삿짐이 옮겨왔습니다. 

공교롭게도 매쉬색과 같은 노란색트럭에 실려 왔네요.





강진아동센터에서 한마리남은 물고기를 사무실창문에 풀어주었습니다.



다른글에서 J가 언급했듯이 이번에는 Design Band YOAP 이라는 팀과 함께 사무실을 나눠쓰게 되었습니다.

제 지랄같은 성격상 함께 사무실을 쓰는것이 쉽진 않을 거 같지만 이 또한 저 스스로에 대한 시험이라 생각하고

많이 생각하고 배려해야 할 것 같습니다.


어쨌든 이렇게 무사히 이사를 마치고 목요일부터 다시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시간이 촉박한 작업들이 많아 미안하게도 사무실정리중 일부를 아직도 YOAP 팀에서 하고있는데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며 새로이 시작된 JYA의 합정동시대, 우리 J와 A와 함께 앞으로 흥미로운 나날들을 기원합니다!


130427 Y





                                                                                                                전화인터뷰중인 원유민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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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세달여의 시공과정을 모아놓은 영상입니다.

공사에 참여하셨던 많은 분들께 다시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2012년이 가고 어느새 2013년이 되었다.

어느새라는 말 그대로 정말 어느새 2013년을 맞아버렸다.

한국에 들어와서 첫 현장이 작년 10월말부터 시작되어 그 현장을 오고가고

(사실은 거의 가 있었지만) 하다보니 연말에 사무실식구들이 모여 한해를 돌아볼 여유조차 없었다.

그래도 들어온지 약 8개월만에 첫 현장을 열었으니 그 지난 8개월간의 좌충우돌했던 일들이 완전히 헛된일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돌이켜보면 그때는 꼭 될거 같아 보였던 일들이 뜻대로 진행되지 않아 실망하고 그랬던 일이 

의도치않았던 다른 좋은 사건을 만들어내고.. 그렇게 몇번의 다리를 지나 돌고 돌아 열매를 맺은 것중의 하나가

바로 현재의 강진아동센터 현장이다. 

정말이지 한치앞도 알 수 없는게 인생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또한 한편으론 무섭다는 생각도 한다.

앞으로 어떤 일이 어떤 인연으로 이어질지 모르기때문에 

그 어떤 사건도 흘려보내면 안될거 같다는 생각도 든다.

벌써부터 피곤해지기도 한다.



현장을 시작한 후 어쩔 수 없이 현장에 가 있을 수 밖에 없었다.

현장이 직영공사로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이유는 간단했다. 공사비가 매우 부족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소위'눈먼돈' 을 잡아보고자, 

아니 정확하게는 그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믿음에 의해 선택한 방법이었다.

기타 다른이유를 덧붙이자면 기본디자인이 끝난후 실시도면조차 그릴틈이 없이 

시작되어야 했던 현장이었기 때문에 도면이 완전히 준비되지 못한 디자인의 완성도를 보장하는 방법은 현장에서 

지켜보고 풀어가는 방법밖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 덕분에 사무실의 누군가는 항상 현장에서 상주를 하며 관리를 해야했고

때로는 잡다한 준비작업이나 공사도 해야 했다.

정말이지 매우 힘든 일이었고 엄청난 에너지의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한가지 좋았던 것은 바로 현장을 완전히 몸으로, 눈으로, 귀로 익힐 수 있었다는 것이다.

거의 모든 과정을 단순히 기록하는 것뿐만 아니라 공사과정 하나하나를 직접 내 손으로 한 것과 같은 느낌이다.

사실 이것이 네덜란드에서 일하는 동안 가장 갈구했던 것 중의 하나이기도 하니, 

서울에서 멀고먼 강진 그 현장에 내려가는 것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바닥부터 시작해 골조가 완성외고 외장까지 붙여지고 있는 지금의 모습을 보는 동안에는 정말 재밌기도 했다.






현장에서 있는 동안 배운건 물리적인 구축의 과정뿐만은 아니다

바로 그 현장을 만드는 인간군상들에 대해서도 많이 배우게 된다.

이번 현장을 하면서 크게 실망하고 떨궈버린 사람들이 한 셋이 된다.

그들은 이바닥 생리를 잘 모르는, 지극히 일반적인 상식의 잣대에서 계산해봤을때

말도 안되는 가격을 갖고 속이려 든다.

그들에겐 지금까지 해오던 관행적인 일일 수 있겠지만 

상식적인 선에서 이해하기엔 너무나 괴리가 있다.

한국의 현장을 잘 모르기 때문에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건진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에겐 너무나 이상하게 보였다.

왜 좋은 건물, 좋은 환경을 아이들에게 주기위해 모아진 돈을 그런 업자들의 주머니에 

공짜로 넣어줘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나의 상식은 지극히 단순했다. 일한만큰, 그리고 합리적인 이득을 취해가라.

그렇지 못한 관행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 복잡하지도 특별하지도 않은 상식과 잣대가 이 공구리바닥에선 그리 잘 지켜지진 않았던것 같다.


사람을 떨궈버린다는건 참 힘든일이다.

우리는, 개인적으로 적어도 나는, 번잡한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쉽고 명쾌한걸 좋아한다.

사람관계도 그래서 한번 만나면 가급적 믿고 말고 싶다.

두고보고 판단하는 것 같이 오래걸리고 번잡한걸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처음에 보통 믿고 웃으며 진행하다 나중에 그 이면을 알았을때 내가 느끼는 충격이 만만치가 않다.

그래서 사람을 쳐버리는 것이 심적으로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번잡한걸 싫어하듯이 한번 마음에서 버리면 그것도 빨리 정리하는 편이다.

가끔은 속된말로 내가 내돈으로 짓는 것도 아닌데 왜이렇게 스트레스를 받고 해야하나 하는 생각도 한다.

혹시 내가 이 생태계를 잘 모른체, 그 관행을 인정하지 않은체 너무 딱딱하게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도 한다.

지금 내가 잘 하고 있는지 어떤지 판단이 어려울때도 있다.

하지만 정당한 대가가 아닌 돈을 찾아서 건물이, 그리고 그 안의 아이들의 삶이 더 풍부해 질 수 있다면

그것이 맞는 것이라고 일단은 믿겠다.


현장에서 공사하는 사람들을 직접상대하는 것이 꼭 나쁜것만은 아니다.

그중에는 정말 소위 말하는 '업자새끼들'도 있지만 앞으로 다른 현장에서도 함께 일을 할수 있을만한

좋은 분들도 있다. 

어차피 현장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도면을 그려서 현장에 넘기고 끝내는 범위의 사무소가 아니라면,

현장에서 함께 건물을 만들어 갈 많은 분들을 알고 있는 것이 곧 자산이 된다고 생각한다.

다만 많은 과정을 거쳐 그중에서 옥석을 가려내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정말 많은 우여곡절과 보람과 좌절과 실망과 분노와 욕설과 재미와 뿌듯함이 공존하며 진행되는 현장이다.


이제 더이상 욕설과 의심이 없이 현장이 마무리 될 수 있기만을 바란다


130108 Y


 




이제 두 돌이 다 되어가는 아들놈과 내년 중순이면 태어날 둘째... 

이 녀석들 덕분에 나의 퇴근 후 일과는 아들놈 반찬거리 국거리 만드는 일이 부지기수다. (절대 불만을 토로하는건 아니고...)

아이가 생기기전에는 여기저기서 얻은 밑반찬과 배달음식으로 식사를 때우기 일수였지만, 요즘에는 이런저런 재료를 가지고 음식을 만들곤 한다.

근처 동네마트에서 버섯, 두부, 가지, 호박, 감자 등 가장 기본적인 재료를 사가지고 간도 무덤덤하고 양념도 최소한 (아이가 먹다보니...) 이렇게 한 두시간 음식을 만들다보면 각 재료마다 볶고, 삶고, 무치는 등의 일정한 과정을 거치게 되고, 그러면 같은 재료라도 여러가지 음식이 나오기 마련. 너무나 뻔한 얘기를 구구절절...


그런데 그러는 동안에 드는 생각. 

건축에 쓰이는 흔한 재료들. 마치 위에서 언급한 기본 음식재료와 같은 가령 페인트, 벽돌, 블록, 사이딩, 드라이비트 등 너무 흔하기에 어쩌면 건축가들에게 터부시되기도 하는 이런 재료들의 조합(단순한 조합이 아닌 건축가의 고민을 담은 조합)이 괜찮은 삶을 가져다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런 재료를 가지고 가공을 독특하게 해서 새로운 질감을 만들고, 고급자재와의 패치워크를 통해 좋은 건축을 하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조금 더 절박하다.


어제 금요일에는 이번 주내내 강진현장에서 지역아동센터 건축을 이끌던 2명의 파트너가 올라와서 새로운 이야기를 꺼내들었다.

이번 강진 현장을 통해 인연을 맺은 어린이재단.

이 사람들과 같이 진행할 2013 Low Budget House 시리즈.

매년 후원을 받아 최소한의 예산속에서 최소한의 주거환경만을 만들어왔던 기존의 프로세스를 이제는 과감히 뒤집고, 같은 물리적인, 금전적인 조건속에서 좀 더 나은, 그리고 입주자를 배려하고 그들의 삶을 독려하는 주거환경을 만들고자 하는 이야기 그리고 건축.




아직은 구체화된 조건들은 없다.

어디다가 지을지, 누가 어떤 삶을 살고 싶어하는지... 

다만, 같은 예산속에서 조금 더 나은 집을 주고 싶고 매년 반복되어 진행되는 프로젝트의 스탠다드를 만들어가길 바라는 건축주.

그리고 우리는 그 이야기에 공감하며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에게 좋은 집을 그리고 좋은 삶을 줄 수 있을거라고 믿는다.


2013년 또한 사무소를 처음 차렸을 때의 기대와 흥분이 가라앉지 않고

지속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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