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Y와 나는 호젓한 오후시간을 보내다 '젊은'건축가들이 살아가는, 그리고 살아있는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문화역서울'로 향했다.


건축한계선. 금요토크. 


사이건축,더시스템랩,오즈 

진행은 김광수 김일현 교수

객석에는 민현식, 이종호 건축가.


특별한 주제가 정해져 있지 않고 이야기를 풀어가다보니, 

'이전'세대와는 다른 '젊은' 세대의 건축에 대한 태도, 과정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그 이후의 세대를 맡을 객석의 학생들의 이야기.

학생들의 미래에 대한 불안과 고민들

그리고 실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건축가들의 삶.


느낀 점.

그들의 생각과 Y와 내가 그동안 나누었던 이야기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들과 우리는 대충 10년 터울인데...  별 차이를 못느끼겠다는 것은 누가 문제인거지?

어쩌면, 치열한 환경 속에서 적응해가는 같은 모습일지도.


끝나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서울역앞의 군중속으로 들어서며,

우리의 이야기거리를 만들어야겠다.

이번 울릉도 프로젝트가 좋은 계기가 되어 

다른 사무소가 가지지 못한 이야기거리를 지어내야 겠다는 대화로 마무리.


이번주 화요일 울릉도 답사 예정!~ 두근~



JYA와 한국해비타트가 함께 진행하는 울릉도 social housing project가 

MBC '나누면 행복'에 총 5회에 걸쳐 소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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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을 준비하면서는 사업을 시작하는 것 자체에 대한 낯설음과 함께 여러 행정적인 처리를 어찌해야 하는지 나름 고민이 많았다.

실질적으로 사무소를 설립하는 일이 단순히 설계를 '잘'하고 좋은 건축물을 위해 에너지를 쏟는 일외에도 수많은 행정적인, 세무적인 일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직접 해야한다.

개략적인 상황에 대해서는 이전 글에서 포스팅을 했지만, 당시에는 빠뜨리거나 미루어왔던 업무들을 처리하기 위해 지난 주에 세무서와 세무사사무소를 찾았다.

일단, 세무서를 찾은 이유는 사업자등록의 업추가.

지난 사업자 등록시에는 '건설업-인테리어 공사'로 등록을 했다. 당장은 라이센스의 문제로 인해 건축설계를 업종으로 등록하지 못해 차선의 방법으로 등록....한다고 했지만,

이 사업자 등록증, 건축주 또는 같이 일할 단체에 우리의 법적인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보내줘야 하는 상황에서, 인테리어공사라는 타이틀은 조금 어색하다. 어색하기 보다는 맞지 않다.

그러던 중,  ANM구리캠프에서 가졌던 김소장님과 이야기중 업등록 그냥 해달라고 하면 된다고 얘기를 듣고, 

아... 그러면 우리도 정정해야겠구나

생각난 김에 운현궁 맞은편 종로세무서로 찾아가서, 업등록 정정 서류 작성하고 신고.

'서비스-건축디자인 및 연구'

'건설업-인테리어 디자인 및 공사'

업등록의 명칭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유연성이 있는듯. 어차피 세무서에서는 각 사업장의 업종을 코드로 관리하기 때문에 그 세부 명칭에 대해서는 업종과 연관성을 고려해서 사업자의 요구대로 작성해줌. 

이로써, 사업자등록증 정정 완료.


그리고 이어서 바로 세무사사무소 찾았다.

복식부기, 기장대리, 부가세신고, 소득세...  뭐 이런 사무소 차리기전까지는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일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처음에는 객기로 내가 직접해보겠다고... 객기라기보다 사무소에서 돈의 흐름이 빈번하지도 않겠거니와, 매달 10만원씩 고정비용이 잡힌다는 생각에 책 두 권사서 직접 해보겠다고 나섰다가 결국엔 포기.

그래서 인근의 세무사사무소 찾고, 세금관련 업무를 맡겨버렸다.

Y가 일전 언급했던 이야기지만, 전문적인 일은 전문가한테 맡기자는 것. 혼자 해보겠다고 나선 일이 지금와서 보면 조금 한심스러운 면이 있다. 

이로써, 매달 10만원, 그리고 연말 정산해서 매출대비 비용 몇십을 또 청구받겠지만,,,  그동안 한 구석에서 찜찜하고 어서 일을 처리해야 하는데 하고 끙끙앓고 있던 이를 뽑아버린 느낌.

그만큼 일 열심히 해서 그정도 비용이야 푼돈으로 만들어 버려야 겠다고,  뭐 결국에는 돈 이야기로 시작했으니

결론도 돈으로 끝나는구나. ㅎㅎ


20120407

J



JYA 가 울릉군청에서

울릉도 프로젝트와 관련해 울릉군수님과 MBC , Habitat 관계자분들께 프로젠테이션을 하였습니다.



어느새 말머리 제목에 "2장" 이라는 단어가 들어갔다

그렇다고 3장, 4장 이라는 단계를 염두해 두고 있는건 아니지만

공식적으로 "독립" 이라는 것을 했으니 분명 우리는 '준비'라는 제목을 갖던 "1장" 에서 다음단계로 넘어왔음이 분명하다.

어떤 계기가 있어 앞으로 3장 혹은 4장 이라는 쳅터를 만들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그런계기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우선 "2장" 이라고 명명하고 개업이후의 일들을 기록하고자 한다.


애석하게도 개업이후에 글을 자주 쓰질 못했다.

본래는 매주매주 그 생생한 처절함을 쓰고자 하였으나 현재까지는 사실 기대했던 것만큼 그다지 처절하지가 않았고

두번째는 프로젝트의 진행상황을 생중계를 하기에는 좀 부담스러운면도 있었다.

왜냐하면 프로젝트가 계속 진행이 될지 안될지가 불투명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급적이면 진행중인 프로젝트가 어느정도 윤곽이 들어났을때 쓰는 것이 낫겠다 싶어서 미뤄둔 경우가 있다.




오늘은 개업이후 오늘까지 약 한달반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우리가 진행하였던, 혹은 현재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들 중 하나에 대해 글을 써보고자 한다.


한국에 귀국한지 약 3일정도가 되었을때, 존경해 마지않는(?) 김머머소장님께서 신사동에 돈안되는 프로젝트가 있으니

한번 해보지 않겠냐고 소개를 해 주셨다.


프로젝트는 신사동에 수입유아용품을 위한 flagship store 를 만드는 것이었다.

물리적인 조건은 약 40평의 1층과 그 외부공간을 디자인 하는 것이었고 다행히도

신사동 대로변이 아니라 블럭안쪽에 위치하고 있어 주변이 아늑한 스케일의 골목으로 이어져 있다는 것이었다.


우선 처음에 이 프로젝트를 소개받았을때 몇가지 걱정되는 부분이 있었다.

첫번째는 개인적으로 소위 '매장' 인테리어 의 범주에 들어가는 일에 대해선 흥미가 없었다.

그 이유야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것이다.

그리고 두번째는 J 를 통해서 인테리어업계에서 일어나는 일의 진행프로세스를 들었기 때문에

우리가 굳이 단가를 가지고 경쟁하는 대열에 끼여들 필요는 전혀 없다고 생각하였다.


처음 건축주를 (건축을 하는게 아니니 건축주라는 표현이 맞는진 모르겠고 후에 인테리어쪽에 있는 분과 대화를

하는동안 유심히 들으니 그분은 이런 의뢰인을 '소비자'라 불렀다. 머 어쨌든 우리는 모든것을 건축의 범주로 보고

생각하고자 하니 그냥 그 의뢰인을 '건축주' 라 부르겠다)

만나러 가면서 위에서 언급한 조건의 경우라면 정중히 거절을 하고 오고자 하였다.


그러나 다행히도 이 프로젝트는 몇가지 흥미로운 점이 있었다.

첫번째는 건축주가 굉장히 많은 레퍼런스들을 보여주면서 "디자인된" 어떤 store를 만들고 싶어 하였다는 것이다.

이는 하기 여하에 따라 기존의 유행을 따라가는, 예쁘게 꾸미는데 초점을 둔 매장과 다른 것을 해볼 여지가 있다고

생각했다.

두번째는 예산이 매우 적다는 것이었다. 특히나 건축주가 원하는 것들에 비하면 예산은 턱없이 부족했다.

따라서 이는 일반적인 매장으로 가서는 안되는, 디자인된 "무언가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것이고

이런 논리로 충분히 원하는 것을 건축주에게 제안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머 개인적으론 예산이 매우 적은 프로젝트에 대해 승부욕을 느끼기도 한다.


사실 내가 알기로 네덜란드에서는 건축가가 인테리어 디자인, 혹은 인테리어만 디자인하는 프로젝트는 거의 없는거 같다.

적어도 VMX 에 있는 동안 '인테리어 디자이너' 라는 직업을 가진사람이 따로 인테리어를 디자인하는 경우를 보지 못했다.

전에도 말했듯이 이는 주택의 경우 기본적으로 집주인 스스로가 자기집의 인테리어를 시간을 가지고 완성해 간다.

그래서 삐까뻔쩍하진 않더라도 아기자기하고 아늑하고 섬세하게 꾸며진다.

그 집의 인테리어는 집주인의 인간적인 면을 대변한다고도 할 수 있다.

그 외에 공공적인 프로젝트의 경우 적어도 VMX 에서 진행한 프로젝트의 경우에는 건축가가 내부디자인에 대한

컨셉을 잡고 공사가 진행되었다.

이는 건축물의 전체 컨셉과 내부공간은 당연히 일관된 개념으로 연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개념의 범주를 넘어서는 스케일의 프로젝트에서는 다를지도 모른다.


어쨌든 이러한 두가지 이유로 프로젝트에 흥미가 생겼고 맡아 진행하게 되었다.

거의 개업식도 하기 전의 일이다.

이후 디자인이 어떻게 진행되었고 어떤 개념을 가지고 디자인되었는지는 홈페이지에 올라온

프로젝트를 보면 다 나와있으니 다시 설명을 하진 않고 여기선 그 뒤얘기들을 하고자 한다.


프로젝트 보기


결과적으로 이 프로젝트는 최종단계에서 지어지지 못하고 끝나버렸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건축주가 가지고 있는 예산이 첫미팅때 얘기했던 것보다 더욱 줄어서이다.

즉, 공사비의, 숫자의 함정에 빠진것이다

건축주가 디자인을 매우 맘에 들어했음에도,

우리에게 양해를 구해 디자인을 좀 수정하는 한이 있더라도 건축주가 꼭 하고싶어 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공사비라는 숫자의 함정에 빠져서 포기하고 말았다.


여기서 공사비라는 숫자의 함정이라 한 표현을 부연설명을 하자면

어떤 인테리어 공사이든 건축주는 결국 복수의 견적을 받아보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는 원하든 원치않든 그 견적을 가지고 공사비를 비교하게 된다.

앞서 우려했던 단가경쟁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숫자를 보고 비교를 하는 순간부터 숫자의 함정에 빠진다고 나는 주장한다.


이 경우도 비슷했다. 특히나 건축주의 예산이 굉장히 빠듯했기때문에

건축주입장에서는 많이 싼 숫자를 쉽게 외면하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가 생각했던 장점이 단점이 되어 돌아온 결과가 되었다.


이 시점에서 사실 우리에게 첫번째 고민의 순간이 있었다.

돌이켜보건데 분명 우리가 강력하게 밀어붙였으면 건축주를 설득시켰을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다만 그러하기를 주저했던데에는 매장 오픈 이후의 일이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건축주는 분명 우리가 제시했던 디자인과 훨씬 싼가격을 제시한 경우를 두고 매출이라는 측면에서 고민을 하였다.

개인적으로 우리가 제안한 것을 매우 맘에들어했지만 그것이 매출의 증가로 이어질거란 확신이 없었다.

그리고 그러한 확신은 물론 우리에게는 있었지만 그것을 증명하거나 보장해줄 수는 없었다.

기본적으로 좋은 디자인의 매장이 분명 매출뿐만 아니라 매장의 이미지 제고효과, 이슈를 만드는 효과 등등의

가시적, 비가시적 측면에서 분명한 플러스가 있다는 것을 믿지만

그것을 건축주에게 매출이라는, 당장 눈에 보이는 숫자로, 장담을 해줄 수는 없었다.

매출이라는 것이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는것인데 그것을 디자인의 한가지 요소만을 가지고 우리가 주장하기에는

부담되는 것이 사실이었다.

그랬기 때문에 건축주를 더 강하게 밀어붙이지 못하고 결정을 건축주에게 맡겨놓은 것이었다.


이후 두번째 고민의 순간이 있었다.

사실 이건 고민의 순간이었다기보다 이 프로젝트를 포기하기로 한 순간이기도 하였다.

단언하건데 우리가 제시한 디자인은 최초 건축주가 원했던 예산의 범위에 들어와 있었다.

(이미 견적서를 가지고 보여줬기때문에 확실하다)

이후 예산이 줄어서 우리는 이 줄어든 예산의 범위에 맞추기위해

건축주와 여러가지 수정들을 진행하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사실 이는 수정이 아니라 부분적으로 디자인을 포기하는 것이었다. 그만큼 예산이 매우 빠듯했다)

하지만 어떤 프로젝트건 건축주의 예산이 넉넉하지 못한것이 99%이고

이에 맞추어 다른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건축가의 몫이기때문에 이는 결코 우리에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다만 건축주가 다른 터무니없는 공사비를 제안한 공사업체의 경우를 얘기하시는 순간

이 프로젝트는 이미 가격경쟁의 프로세스에 들어갔다는걸 느낄수 있었다.

그 순간이 아주 홀가분하게 이 프로젝트를 포기하는 순간이 되었다.


결과적으로 이렇게 해서 프로젝트는 마지막에 와서 좌절되었다.

한편으론 줄어든 예산에 의해 일부가 수정 혹은 포기된채 공사되었을때 과연 우리가 원한 것이 잘 표현되어질수 있을지

그 결과물에 대한 우려도 있었기때문에 오히려 잘된 일인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다만 아쉬운것은 건축주분과 개인적으로도, 디자인 결과에 대해서도 매우 좋은 관계로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숫자의 함정에 빠져 최종 결과를 내지 못한것이 못내 아쉽게 남는다. 


이 프로젝트는 개인적으로 한국에서 "인테리어" 라고 불리는 프로젝트중 첫번째 경우였다.

(물론 나는 이 또한 건축프로젝트라고 생각하고 진행한다)

처음에 우려했던 것보단 생각할 여지가 많은, 매력있는 영역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동시에 처음에 우려했던 것만큼 프로젝트 프로세스자체가 왜곡된 부분이 많이 있다고 느꼈다.


다만 내부공간의 평면을 짜고 공간을 상상하고 만들어 감에 있어서 매우 훌륭한 공부가 된다고 생각했다.

특히나 매우 제한된 여건안에서 "특별함" 을 만들어 내는 공부를 하기에 매우 좋았다.

또한 그 진행이 매우 속도감있게 이루어진다는 것도 큰 장점이었던 것 같다.


끝으로 비록 우리와 함께 완성해 가지는 못했지만

이자리를 빌어 우리를 믿어주시고 또한 좋은 선물까지 주신 두분 건축주분께 감사드린다.


120406 Y









JYA가 웹사이트 리뉴얼을 완료했습니다.

WORDPRESS를 이용해 무려 나흘에 걸쳐 만들었네요.

WORDPRESS의 길로 인도(?)해주신 레오퐁 김현구 형님과 주현돈 형님께 감사드립니다.



 
돌아보니 지난주부터 1주일동안은 사무실 책상머리에 앉아서 마우스를 딸깍거리는 시간보다 
이곳 저곳을 헤집고 다닌 시간이 많다.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Y는 바다건너 우산국에도 다녀왔고, 둘이서는 서울, 경기도 그리고 저멀리 울산까지도 헤집고 다녔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건축주부터, 공무원, 관련된 사람들, 건축을 이용할 분들, 같이 건축을 만들어갈 사람들...

예전 '큰' 사무소를 다닐 적에는 
진행했던 프로젝트들. 회사가 덩치가 큰 만큼 규모가 커야 실행을 짤 수 있다.
그런 규모의 건축들은 특정한 사람들로 이용자를 한정하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는 이제까지 계속 해왔듯이 통계치 또는 인문 사회적인 자료를 통해 건축가가 '분석'하고 '조정'하고 '결정'한다.
그리고 그 '결정'들을 합리화하기 위한 많은 작업들을 진행한다. 이른바 삽도.
그러나 건축이 사람들에 의해 어떻게 이용되는지에 대해서는 빗나가기 일쑤다.

여기서는 이야기를 해줄 사람도 없고 이야기를 들어줄 여유도 없다.

물론 건축가가 모든 것을 완벽하게 만들 수 있는 자리도 아니고 능력도 없다고 본다.
일정부분은 어느 가정을 통해서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그 이후에는 이용자가 다시 건축가와 피드백을 통해 조정하는 것으로 그 공백을 조금 메울 수 있다고 생각된다.

이야기가 잠시 다른 곳으로 새버렸는데...

특히나 독립한 후에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고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된다.
프로젝트의 규모에 상관없이
조그만 상가 인테리어부터 social housing까지 그 일에 대한 사람들의 애정은 
크게 차이가 없다. 
하나하나가 모두 소중하고 희망을 이야기하고, 즐거움을 이야기한다.

이러한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가 
며칠 전 개봉한 '말하는 건축가'의 스틸컷에서 우리가 하루하루 만나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스스로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몇 주전 학교에 선생님을 찾아뵈었을 때 하신 말씀.
조직생활 하던 사람들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데 인색하다.
왜 그래야 하는지, 왜 여기서 시간 낭비를 해야 하는지하는 생각을 하기 쉽다고,
결론은 그러지 말고 하루종일 가서 이런저런 사람사는 얘기 듣다보면
그것이 다 건축하는 사람에게 돌아오게 된다. 
왜 예전에는 건축가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게 중요하다고 선생님들이 가르치지 않았나 몰라
하면서...

'사람멀미'나더라도 많이 만나고 이야기 많이 들으라 하신다.

 나는 내 스스로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들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입으로 이야기하기보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즐겨했다.
하지만, 한 달간의 싸돌아다닌 결과,
내가 이해한 듣기와 공감하며 듣기는 전혀 다른 성질의 것이었다.

 이제 사무소 페인트 칠하고 자리에 앉은지 한달 남짓.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수많은 이야기들로 채워져있고,
그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며 그들이 필요한 것들을 만들어 줄 수 있도록 역할을 하고 싶다.



2012.3.14

J. 
앞서 언급했듯이
한국에 들어오기전부터, 우리가 본격적으로 사무실을 여는것에 뛰어들기전부터
주변의 많은 분들에게 우리가 독립할것이라고 널리 알려왔던 바다.

따라서 한국에 들어와서
집, 사무실정리등의 당장 급한 물리적 상황들이 정리가 되고나서
우리는 그 분들을 찾아뵙고 인사를 드리고 귀한 조언들을 구하고자 하였다.

사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그분들의 목록을 가지고 리스트를 지워나가듯이
모든분들을 다 찾아뵙고자 한것은 아니었다.

그저 자연스럽게 약속이 잡히는 분들과, 부담스럽지 않고 자연스럽게 뵙고자 하였다.
앞으로 길게 보고 한분한분 차근차근 보는게 우리가 원하는 바이기 때문이다.
굳이 독립, 혹은 개업 이라는 부담스러운 단어를 쓰긴 했지만
나는 우리의 이 일이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시작되고 앞으로 나아가기를 바라고
그 과정에서 사람을 만나는일도 그러했으면 좋겠다.

머 쉽게 예상할 수 있듯이 우선 찾아뵈었던 분들은 학부때부터 가깝게 지내고 있는 선생님들 이다.
한양대학교 노승범 선생님, 서현 선생님, 이정만 선생님.
이미 우리의 이 '작당'을 알고 계셨던 분들이기에 굳이 서론을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
대개의 경우는 역시나 올해의 건축시장이 가장 않좋은 시기이기때문에 쉽지않을거라는 걱정이셨다.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생님들은 젊음을 무기로, 열심히 부딪쳐 나가라는 말씀이셨다.

이 역시나 쉽게 예상할 수 있듯이 예상가능한 말씀들이시다.
하지만 똑같은 말과 행동도 상황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고 다가오듯이,
독립을 하려는 상황에서 듣는 그러한 말씀들은 물리적 단어 그 이상의 의미로 다가왔다.
진심으로 가슴에 와닿는 조언으로 들렸다.

다음으로 뵌분은 이종수 소장님.
개인적으로 네덜란드로의 유학을 준비할때부터 많은 조언과 힘이 되어주신 분이었고
작년부터 독립을 준비할때도 역시나 한국에 올때마다 밥도 사주시고(?) 많은 얘기도 해주시고
또 장기적으로 서로 공존과 공유의 네트워크를 함께 구상하고 계신 분이다.
소장님 역시도 오래전부터 우리의 계획을 알고 계셨기 때문에 그에 대한 말씀보다는
사실 앞으로 소장님이 구상하고 계신 일과 우리의 일을 어떻게 연결해 갈지, 서로 어떤 역할을 서로를 위해 할수 있는지에
대해 함께 얘기를 하였다.

그리고 나서는 지난 여름부터 인연을 맺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려고 준비하고 있는
해비타트의 유국장님과 백실장님을 뵙고 인사를 드리고 앞으로의 협력에 대해 가볍게 밑그림을 그렸다.
서로가 기다리고 필요로 하고 있었기 때문에 무척이나 기다리던 만남이었다.
이와 관련해서는 앞으로 개별 프로젝트가 진행될때마다 자세히 소개할 기회가 있으리라 본다.

마지막으로 뵌분은 J 를 아끼시는 김실장님의 소개로 만나게된 WISE 건축의 장영철 소장이었다.
얼마전부터 인터넷에서 몇번 기사를 보고 알고있었던 젊은 건축가분인데
생각지 못한 좋은 기회로 만날 기회를 갖게 되었다.
이 넓지않은 건축바닥으로 나온이상 어차피 보게되고 알게될 사이이니
서로가 미리 보고 좋은 인연을 만들면 좋을 것 같다는 편안한 목적에서 시작한 만남이니만큼
토요일 오후 WISE의 사무실에서 가볍게 이루어졌다.

음... '사무실 참 좋다' 가 사무소에 대한 첫인상이었고
'생각보다(?) 성격좋으시네' 라는게 장소장님에 대한 첫인상이었다.
처음보는 만남이다 보니 머 크게 이렇다할 얘기가 오간건 아니었지만
유쾌하고 재미있었다.
역시나 우리보다 좀더 연배도 있으시고 사무소를 시작하신지도 5,6년되시다 보니
그저 말로하지않아도 사무실에서 느낄수 있는 많은 자극들이 있었다.
또한 쉽지 않다고 말씀하심에도 불구하고 한명의 독립된 건축가로 살아가는 분들에게서
느낄 수 있었던, 자신의 과거를 통해 현재를 만들어 왔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과 자신감을 엿볼 수 있었다.
다만 장소장님에게서 받은 다른 느낌이라면 굉장히 진솔한 분이라는 생각.
건축을 대하는 것도, 건축주를 대할 때도(보진 못했지만 본인이 그렇다고 하셨다 :), 그리고 프로젝트를 대할때도 그렇고 굉장히 진솔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전에 일하던 VMX 의 파트너와는 다른 방식의 생존방식이라는 생각을 했다.
무서운 자신감으로 건축주를 대하고 그 카리스마로 프로젝트를 끌고 나가고 주물럭주물럭하는 것과는 반대로
솔직함과 진솔함, 진정성을 무기로 해쳐나가고 계신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그저 길지않은 대화에서 느낀 개인적 견해일 뿐이다.

사실 우리가 좀더 사무실을 운영하다가 만났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랬다면 좀더 구체적인 조언들을 구할 수 있었을텐데 지금은 그저 일반적인 얘기들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다만 그중에서 기억에 남는건 건축주를, 혹은 프로젝트를 만났을때 좋은지 혹은 나쁜것인지를 구분할 수있는
안목이 빨리 생겨야 한다는 것하고 각 프로젝트마다 힘을 줘야 하는 것을 달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모든 건축주, 모든 프로젝트가 좋은 것은 아니고 어떤것은 해서는 안되는 것이 있고, 잘 진행이 안될 것이 있고,
설령 다 해서 마친다 하더라도 정신적, 육체적, 금전적으로 손해볼 프로젝트가 있다는 것이다.
충분히 공감하는 것이다.
그러한 안목을 갖어야 하겠다는 절실함을 조금씩 느껴가던 때에 들으니 공감이 되었다.
또한 모든 프로젝트를 다 잘하려고 하지말고 각 프로젝트마다 목적을 달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어떤것은 디자인에 욕심을 더 가져야만 하는것이 있지만 어떤것은 다른 여러 목적에 의해
(때로는 그것이 정치적이될수도 있지만)

탄생되고 진행될 수도 있다는 것이고 그러한 구분이 때로는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생각지 못했던 것이지만 충분이 일리가 있는 말씀이었다.


                 
                 WISE 의 장영철 소장님과 POSCO A&C 김동근실장님



마지막으로 강조한 것은 너무 조급하게 마음먹지말고 여유를 가지고 하라는 것과
주변에 많은 비슷한 친구들과 함께 교류하고 연대하고 공유하면서 공존하라는 것이다.
그것이 곧 나의 경쟁력이 되고 장기적인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는 것이었다.

아주아주 재미있는 말이었다.

주변의 선배건축가분들, 학교의 선생님들을 뵈면서 들은 가장 많은 걱정은
쉽지않을 것이라는 것이었다.
사실 그런말들을 하실거라고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다만 만남을 끝내고 문을 닫고 나올때에는 알 수 없는 자신감에 가슴이 뛰었다.
역시나 남들도 다 쉽게 할 수있는걸 해냈을때보단
남들이 다 쉽지 않을거라고 할때 해내야 재밌는거 아니겠는가.
쉽지 않을 거라고 다들 얘기하기에 그 성취감 또한 클거라는
'근자감'이 생긴다.

어쨌든 만남은 앞으로도 쭈욱! 이어질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건축가로서 살아가는 하나의 큰 재미 아니겠는가!

120226 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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