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동 House 가 데코저널 8월호에 소개되었습니다. 

소개해주신 데코저널에 감사드립니다~

바쁘다는 '핑계' 는 아니었다.

최근의 지난 몇 년동안에는 정말 바빴다. 

그러다 보니 밤에 집에 들어갔을때는 운동이란 걸 할 에너지가 남아 있지 않았다.

그저 자기전에 누워 웹툰 좀 보다가 자는게 낙이자 하루의 마무리였다.

운동을 해보려 시도를 안해본 것은 아니었지만 길게 가진 못했다. 

 

한살 한살 나이가 들면서 체력이 안좋아 진다는 것이 느껴졌다. 

특히나 주로 차로 이동을 하다보니 걸어다니는 거리가 정말 얼마 없었다. 

낮잠을 자지 않고는 하루일과를 다 소화할 수 없을 만큼 저질체력이 되어 가고 있었다.

그래서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늘 했지만, 늘 입버릇처럼 달고만 있었다.

그러다 어느날 등에 난 종기를 제거하려 사무실 근처 병원의 외과를 찾아갔다.

이 외과는 치질로 유명했는지 환자의 9할은 치질환자였다.

그 사이에서 한참을 기다리다 마침내 진료실에 들어갔을때 진료실 침대에 붙어있는

"치질환자 진료자세" 를 보여주는 그림을 보았고, 그 그림속 자세는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알만한 사람들은 아는지 모르겠지만...

암튼 그런 자세로 진료받을 생각만해도 너무 굴욕적일거 같았다. 

그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체력이 딸려 골골댈때도,

건강검진에서 운동 안하면 빨리 죽는다고 그렇게 겁을 줄때도, 

하루에 낮잠을 한시간을 자야 오후 일정이 가능할때도,

늘 많이 먹으라고 권하던 엄마가 그만 먹고 살빼라고 타박할때도, 

안하던 운동을

"반드시"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물론 치질예방과 운동이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는 잘 모른다.

그냥 치질을 피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운동뿐이라는 막연한 미신이었다. 

 

그렇게 해서 약 두 달 정도 전부터 달리기를 시작했다. 

물론 퇴근해 집에 가서 하는 거다 보니 너무 늦거나, 너무 피곤하면 못한다. 

그래서 많아야 일주일에 4,5번 정도 하는 거고, 코스는 동네를 크~게 한바퀴 도는 것이다. 

이처럼 비록 소박한 운동이긴 하지만 나름 꾸준히(?) 하면서 새삼 느낀 것들이 있다. 

 

첫번째는

일단 다 필요없고, 버티면 된다는 것이다. 비록 좀 느릴지라도.

얘기했던데로 퇴근 후에 하는 달리기이다 보니 컨디션은 늘 다르다. 

늦게 집에 간 날에는 무척 피곤한 상태여서 출발해 열발자국정도 뛰었을때 

벌써 다리가 뻐근하고 숨이 불편해진다. 오늘은 그냥 집에 갈까 하는 생각이 바로 든다.

저녁을 늦게 먹거나 많이 먹거나 했을때도 달리기를 시작하자 마자 몸이 무겁다는 

느낌이 든다. 역시나 포기하고 집에 갈까 하는 생각이 바로 든다. 

또한 동네를 도는 거다 보니 운동장을 달리는 것과 다른게 달리는 코스가

거의 대부분 오르막이거나 내리막으로 되어 있다. 평평한 구간은 많지 않다.

오르막은 오르막대로 허벅지가 터질것 같이 힘들고,

내리막이라고 그 속도대로 달렸다가는 곧 폐가 찢어질 것 같은 숨가쁨을 느끼게 된다.

이럴때도 그만 멈추고 집에 갈까 하는 생각이 바로 든다.

따라서 이럴때는 속도고 나발이고 우선 버티는 것이 필요하다. 

몸이 무거울때, 컨디션이 안좋다고 느낄때, 오르막에서 허벅지가 터질거 같은 고통을 느낄때는

평소의 보폭보다 훨씬 줄여서,

마치 걷는 것처럼,

아주 천천히,

하지만 멈추지는 말고 계속 약하게라도 뛰어야한다. 

너무 멀리보지 말고 한걸음 한걸음에만 집중하면서 가야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호흡이 안정되고, 다리의 통증도 견딜만해지고,

무거웠던 몸이 조금씩 가벼워진다. 

컨디션이 좋을때는 원하는 속도와 보폭으로 달려나가면 되지만,

그렇지 않을때는, 느리고, 마치 걷는 것처럼 보일지언정, 버텨낼 수 있는 힘이 필요한 것이다.

우선은 멈추지만 않으면 다시금 페이스는 올라오게 되어 있다. 

 

두번째는 

눈이 바닥을 쳐다보지 말고 앞을 보고 달려야한다는 것이다. 

사람마다 다른 건진 모르겠지만 나는 뛰고 있는 내 발을 쳐다보고 달리면 

더 빨리 힘들고 지친다.

그럼에도 자꾸 바닥을 쳐다보는 것은 힘들어서이기도 할 것이고,

혹시 머에 걸려 넘어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하반신 아래는 지면에 닫는 내 발과 다리의 감각에 맞기고, 

고개는 정면을 바라보고 달리면 훨씬 덜 힘들고, 더 멀리, 그리고 오래 달릴 수 있다.

즉, 내 다리와 발을 믿고 눈은 앞을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적어도 지난 두달여동안 나는 그랬다. 

 

세번째로는 

내 호흡과 페이스와 리듬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래 달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내 호흡이 중요하다.

들이쉬는 숨과 내쉬는 숨소리, 그리고 그에 맞춰 움직이는 내 팔과 다리

이것들이 서로 익숙한 리듬으로 함께 움직일때 나는 나만의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다.

그리고 그래야 먼거리를 오랜 시간동안 달릴 수 있다.

이런 상태가 되면, 어느 순간 내 몸은 내 머리와는 별개로 

머리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어도, 몸은 스스로 움직이고,

이렇게 달리고 있는 상태가 마치 원래의 상태인 것처럼 편안하게 느껴지는,

그런 무아지경의 상태가 되기도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내 호흡과, 함께 움직이는 팔다리의 리듬을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그 호흡과 리듬을 잃어버렸을때,

이를 기억해내고 내 페이스로 돌아올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20대 한창때에 비하면 달리는 거리나 시간이 형편없지만,

대신 지금 하는 달리기는 내가 가진 체력의 한계 덕분인지, 

나의 온 신경과 온 마음가짐을 통해 노력해야 내가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게 해준다.

그리고 그 덕분에 달리기를 통해 단순한 달리기 이상의 

많은 것을 느낀다.

 

내가 하고 있는 이 일도, 건축도, 사무소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깊게 하게 된다.

우리가 하는 일도, 지금 우리 사무실도

내가 원하는 만큼, 원하는 속도와 보폭으로 앞으로 쭉쭉 달려나갈 때가 있고,

힘들고 컨디션이 좋지 않을때, 마음이 심난하고 무거울때, 원하는데로 알아주지 않을 때도 있다. 

그리고 그럴때는 달리기와 마찬가지로

천천히, 보폭을 줄여가면서, 호흡을 깊게 하고, 걷는 듯 뛰는 듯 하며 꾹 버텨내야 한다. 

아무리 느릴지언정 멈추지만 않으면 

어느 순간 컨디션은 올라오게 되어 있고 다시 원하는 속도로 달려나갈 수 있을 것이다.

아직 그리 오랜시간이라 할 순 없지만, 

사무실을 하면서, 사무실을 한다는 것은 이러한 사이클의 반복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그래서 좋다고 우쭐할 필요도 없고, 나쁘다고 낙담할 필요도 없다라는 것도 깨닫는다.

그저 지금 우리의 호흡이 흐트러지지 않았는지, 

우리의 리듬이 깨지지는 않았는지, 

눈이 바닥을 보는 것이 아니고 앞을 보고 있는지만 신경쓰고,

우리의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달리기와 마찬가지로,

좋은 사무소로서 오랫동안 유지하기 위해서는

좋을때든 나쁠때든 멈추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비록 소박한 달리기이지만 달리는 동안 많은 생각을 하고, 많은 걸 배운다.

 

Y

 

 

 

 

 

 

 

요즈음 두 개의 프로젝트에 대한 견적을 시공사들로부터 받고 있는 중이다.

지난 봄에 세 개의 프로젝트에 대한 견적을 받고, 검토를 하고, 시공사를 결정하던

괴로운 시기를 어렵게 보내고,

몇 달만에 이번엔 두 개가 비슷한 시기에 견적을 기다리고 있다. 

 

전에도 물론 그랬지만, 프로젝트와 시공사를 매치시키는 일이 갈수록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그리고 그 이유는 당연히 공사비가 너무 많이 나와서이다.

물론 그 동안의 과거와 비교해볼때 건축주분들의 예산도 점점 늘어났다.

하지만 공사비는 그것보다 훨씬 더 가파르게 오르고 있고, 이미 많이 올랐다. 

각종 자재비의 상승은 물론, 인건비도 많이 올랐다. 

(이 더위에도 현장에서 일하고 계신 분들을 보면 지금이라도 올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하지만,

견적서의 단가를 보면서는 "왜이렇게 비싸!" 하는 자기모순에 빠진다 ㅠ)

또한 거기다가 소방과 단열, 철거까지 관련 법규들이 강화되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상승이 많다.

암튼 그냥 다 올랐다.

물론 여기에는 점점 높아져가는 우리 욕심도 작용했음을 몰래 밝히지 않을 수 없다.

암튼 그러다 보니 우리가 보기에도 좀 과하다 싶을만큼 공사비가 많이 나올때도 있고,

현실의 예산과 견적서에 적힌 숫자 사이에서

깊은 고뇌와 괴로운 결정과 건축주께 민망한 조정을 제안해야하는 일이 생긴다. 

이렇게 점점 공사비가 올라서는 조만간 세상 모든 건축주들이

건물짓는 걸 다 포기하는 건 아닐까, 

그래서 우리도 백수가 되는게 아닐까 하는 염려가 들 정도다.

꽤 적지않은 프로젝트들을 해왔다고 생각함에도 불구하고,

그래서 최대한 규모와 예산을 고려해가며 계획한다고 하는데,

그 둘 사이를 한번에 맞추는 것이 쉽지가 않다.

규모가 크던 작든, 예산이 많든 적든, 모든 프로젝트가 이 과정을 거치고,

갖고 있는 현실과 머리속 이상 사이에서는 늘 차이가 있는 것이라고 건축주분들을 위로하지만,

뒤에서는 이 간극을 극복하는 과정이 건축주 이상으로 괴롭고 또 괴로운 숙제이다. 

 

다른 분들은, 다른 사무소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어쨌든 견적서의 숫자를 건축주의 예산과 맞추는 것까지를 설계의 마무리로 보고 있다.

예산을 고려하지 못해 견적이 안맞아서 공사를 들어갈 수 없는 설계는 

설계가 끝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견적서의 물량부터 단가까지를 다 해부, 해체해 시공사를 괴롭히기도하고,

"아~XX 왜 이렇게 했지~"라며 머리를 쥐어뜯기도 한다. 

하지만 문제는 하나하나 뜯어보면

또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안되는,

이 재료를 쓰지 않으면 안되는,

이 디테일을 쓰지 않으면 안되는,

이 공간을 만들지 않으면 안되는,

그런 피치 못할 이유와 사정들이 모여 도면이 만들어졌음을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견적을 조정하는 것이 너무너무 어렵다.

우리가 이리 어려우니 건축주가 어려운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런저런걸 줄이자고 제안할 수도, 은근한 압력을 행사할 수도 없다.

때로는 "처음부터 돌이켜 봐도 이렇게 된 이유가 다 있었죠?" 라고 설명하며

그저 건축주의 결심만 기대할때도 있다. 은근히...

 

지금 견적을 기다리고 있는 두 프로젝트도

설계를 할때부터 예산보다 공사견적이 더 많이 나올거 같다라고 

은근히 말씀을 드렸는데, 얼마나 건축주분들이 맘속에 담아두고 계신지는 모르겠다. 

그래서 미리 맘속으로 맘의 준비를 하고 있지만,

머리속으로 이러저리 생각을 해봐도 공사비를 줄일 마땅한 부분이 생각나진 않는다.

두렵다... 얼마가 나올지... ;;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까지 견적이 끝끝내 안맞아서 

공사를 못한 일은 없었다. 흐흐흐

어떻게든 서로 머리를 맞대고, 조정하고, 바꾸고, 맞추다 보면 다 되긴 된다.

그저 건축주가 처음나온 견적서를 받아들고,

빌런으로 바뀌지만 않기를 바랄 뿐이다. ㅠㅠ;;;

 

당부드리는 것은, 그 동안 설계는 같이 해왔다는 것이고, 

견적을 맞추는 것도 함께 해야할 일이라는 것이다.

건축주만 포기하지 않으면, 우리도 포기하지 않는다. 

 

Y

현장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어지럼증을 호소하실 정도로 뜨겁고 뜨거웠던 

올 여름이었는데, 세월가고 시간가는거에는 장사가 없나봅니다. 

어느덧 입추도 지나 말복입니다. 

우리야 대부분의 시간을 에어컨이 나오는 실내에서 보내니 사실

지난 뜨거웠던 여름을 기념하기에는 좀 민망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코로나와 함께 이 더운 여름 잘 이겨냈다는 의미의 말복파티입니다~후후

그래서 이제 끝무렵의 무더위를 치킨과 화채로 기념!

참, 오늘은 우리 매니저 예슬띠의 이른 생일파티와 복학을 코앞에 둔 인턴 하정이를 

위한 자리이기도 합니다.  

김실장의 협찬! 올해 첫 화채~
옆태가 특히 아찔한, 코미남 회종이, 양말하나 사주고 싶다...ㅎㅎㅎ;;
마지막으로는 예슬띠의 시원한 웃음으로! 남은 후반기도 이렇게 시원하게 웃을일이 많이 있기를~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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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사무실에는 이렇게 동쪽에서 해가 들어옵니다. 

책상 위 모니터를 보고 있다가도 바람에 일렁이는 햇빛에 무심코 눈길이 가는 일이 종종 있죠. 

오늘 아침의 사무실 풍경이 그랬습니다. 

사무실 앞의, 잎이 풍성한, 가로수들

절정의 무더위가 끝나가는 듯한 느낌의 약간의 바람들,

그리고 아침 햇살.

별거 아닌 풍경이지만, 아침의 사무실이 주는 약간의 평화로움 이랄까요 ㅋㅋ

특히나 오늘같이 외부일정이나 미팅이 없는 날은 좀 더 마음의 여유가 생깁니다. 

그나저나 잘생겼다 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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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엔 예전만큼 자주는 아니지만, 그래도 종종 건축주나 상담하시던 분들이

왜 요즘은 독립건축가 생존기에 글을 많이 안쓰냐는 질문을 하신다.

"음... 왜 일까"

이 질문에 대한 진심은 사실 마음속에 있었지만,

그대로 말씀드리진 못하고, 그저 너무 바빠서 잘 못쓰게 된다라고 얼버무리고 만다.

 

아주 틀린말은 아니다.

이곳에 글을 쓰는 것은 사실 머리속에 먼가 생각이 좀 머물고 있을때,

하고 싶은 말이 있을때, 그럴때 보통은 글을 써왔다.

그래서 글을 쓰는 것 자체는 시간이 오래 걸리진 않았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말한 것 처럼 머리속에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가 있어야 하고,

그런 생각들은 보통은 손과 발이 너무 바쁘지 않을때,

중간중간 멍하니 있거나, 혼자 별 일 없이 있는 때에 생겨난다. 

하지만 요즘은 너무 많은 사건들이 있고, 시간은 늘 부족하고, 

그저 벌어진 사건들을  해결하려 하다보면 생각으로 정리할 여유가 없이

하루 하루, 일주일 이주일, 한달 하고 또 여러 달이 지나가 버린다.

겨우 몇일 전 일도 기억이 가물가물 할 만큼 정신착란의 상태이다. ;;;

따라서 머리속은 늘 먼가가 복잡하게 엉켜있는 상태이고, 머리와 마음이 차분할 여유가 없다.

늘 불안하고, 이상하게 당장 여유가 있으면, 지금 멍하니 보낸 이 시간이  

훗날 화살이 되어 돌아올 거 같은 초조함에 시달린다.

어쩌다 글을 쓰기 시작했다가도 썼다 지우다 썼다 지우다 하다 결국 포기한다. 

 

글이라는 것이 생각이 정리되고 정리되서 나오는 결과물이라 했을때,

최근에 이곳에 글을 쓰지 못하는 이유는 사실 쓸 소제가 없어서도 아니고,

글을 쓸만큼의 물리적 시간이 없어서도 아니고,

정확히는 머리속이, 그 안의 생각이 정리되지가 않아서이다. 

 

사실 이 상황은 단순히 블로그에 글을 쓰냐 안쓰냐의 문제보다도

더 근본적인 문제일 수 있다. 

사무실을 하고 있으면서, 차분히 생각을 정리할 여유가 없이 살고 있다는 것,

그때 그때 벌어진 상황에 함몰되어 있다는 것은 무척이나 아찔한 상황이고, 

이러는 사이에 사무실이, 그 안의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서둘러

살펴보아야 할 일인 것이다. 

모두가 알겠지만, 세상은 너무나 빨리 변해가고, 또 세월도 너무나 빨리 흘러가고,

정신줄 놓고 있는 동안 흘러간 곳이 때로는 생각지도 못하게 멀리 와버린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글을 쓰는 것은 어쩌면 그 반대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생각을 정리하고 정리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글이지만, 

반대로 글을 쓰면서 생각이 정리되고, 그것이 다시 글로 써지면서 생각이 갈 길을 보여주기도 한다. 

내가 마지막 글 이후 약 반년이 지나서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정리한 생각을 쓰기 위해서 이기보다 글을 쓰면서 생각을 좀 정리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 동안 이곳에 써 왔던 글이 보는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공감되게 느껴졌던 이유는 

바로 꾸밈없이 생각들을 정리해서 써 왔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생각을 꾸미려 하고, 돌려말하려 하고, 있어보이려 하는 

태도들도 생겨났다. 

좋게 포장하자면 이제 사무실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이제 꽤나 많은, 건축주를 포함한, 사람들과의 관계속에서 일을 하고 있는 입장에서

솔직함만이 정답은 아니지, 그럴 수도 있어라고 얘기할 수도 있지만,

사실 까놓고 얘기하면 그저 잘보이고 싶고, 잘나보이고 싶고, 

그로부터 나의 불안감이나 초조함을 감추고 싶어서라고 생각한다. 

마치 슬램덩크에서 변덕규가 산왕전에서 쓰러져있는 채치수를 향해 무를 썰어주며,

넌 회를 꾸며주고 받쳐주는 그런 존재인데 왜 주인공이 되려 하냐 라며 정신차리라고 했던 장면처럼

(워딩이나 비유가 다 맞는진 모르겠다.....머 비슷한 상황이었던거 같긴 한데 ㅋ ;;;)

블로그의 글을 좋아했던 분들은 그런 진솔함에 공감해서 였던 것이지,

우리가 잘난체하는 걸 보고싶어서는 아니었을 것이고,

블로그를 우리가 쓰는 목적도 그런 진정성을 공유하고 싶어서 이지,

우리가 어떻게 보여질 지가 첫번째 고려사항은 아니었는데 말이다. 

 

따라서 우선 소박하게는 글을 좀 자주 쓰려고 한다. 

정리된 생각이 있어서가 아니고, 지금 나에게는 쓰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필요해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눈치보지 않고 쓰려고 한다. 

모두에게 잘보이려 노력하기보다,

좋아해주는 분들도 있고, 또 실망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라 받아들이려 한다. 

 

블로그를 쓰기 시작했던 본질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또 그것으로부터 너무 멀어지지 않으려고 노력하고자 한다. 

 

Y

 

 

 

 

 

 

사실 딱히 전원주택이라 하긴 머하고,

사실 주택이라 하기도 머하지만,

어쨌든 건축주분은 유명 다큐멘터리감독에서 이곳에서 산을 일구시면서

나름 전원생활을 하고 계시니, 잡지 이름과 아예 관련이 없는건 아닙니다. ㅎ

 

그 동안 했던 프로젝트 중에 

실제 쓰임보다는 땅에서 받은 느낌을 중심에 두고 

계획을 진행했던 몇 안되는 프로젝트이고, 그런 이유로 건축주분과 현실에서 잠시 발을 띄고 

재미있는 얘기만 주로 하면서 설계를 마무리 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도 비워있음으로써, 참나무와 주변의 산과 앞의 길과의 사이에서 제 역할을 하고 있고,

그래서 이 건물이 뿌듯하고, 건축주분께 감사드립니다.

 

어쩌면 저희도 듣지 못했던 건축주분의 인터뷰도 볼 수 있어

오랜만에 반갑게 보았습니다.

조만간 뵐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짧고 민망한 에세이 같은 글을 건축잡지 SPACE 에 개재했습니다.

딱히 물건에 대한 관심이 많지 않음에도,

물건에 애정을 두기보다, 버리는 것에 더 마음이 가는데도,

제 주변의 어떤 '것' 이라는 주제로 쓰려니 생각이 돌고돌아 결국 

늘 입는 검은색 반팔 브이넥 티셔츠에 대해 쓰게 되었습니다.

그 동안 이런저런 주제로 종종 글을 써 봤지만 

이번만큼 민망하고 부끄럽기는 처음입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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