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달동안 수십번을 넘나들던 진안의 첩첩산중 모래재고개길.

마지막 공사감리를 하고 돌아오던 지난 토요일, 

돌아오던 길에 눈에 들어온 눈 덮인 이 광경이 왠지 아쉽습니다.

길지 않은 기간이었고 뿌듯함과 짜증과 빡빡함이 공존하던 현장이었지만 그래도 끝은 언제나 작별의 아쉬움인거 같습니다.

어쨌든 이렇게 2013년과 함께 진안현장도 끝나 갑니다.





참고로 저희는 1분 38초부터 나옵니다 :))



'JYA LIFE'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돌아오는 길  (0) 2013.12.29
2013 젊은건축가상 뒤풀이  (0) 2013.12.14
대학로에서 강연하고 왔습니다~  (0) 2013.10.05
젊건 전시 예정장소 사전답사  (0) 2013.09.30
희경이 송별회?!  (1) 2013.09.29

장흥주택이 끝나고, 즉 9월과 10월 두달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시간은 정신없이 지나갔다.

그저 나뿐만 아니라 사무실 전체가 다 하루하루를 전쟁처럼 지냈다는 것 정도만 머리속에 희미하게 

남아있다. 

그리고 그 덕분에 이렇게 한참이나 지나서야 글을 쓰게 되었다. 머 이런 변명이 한두번도 아니지만.

막상 글을 쓰려고 지난 약 두달간을 머하느라 그렇게 정신없이 바빴나 하고 되짚어보니 

그래도 다행이 많은 일이 있었다.


우선 지난 봄의 끝자락에 시작한 부암동 프로젝트가 무더웠던 한여름을 지나 가을이 다되서야 

간신히 공사를 끝냈다.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중에 가장 힘든 프로젝트였고 처음으로 사무소를 

시작한걸 후회할 정도로 힘든 시간들이었다. 

다음으로 너무나 타이트한 공사비때문에 적당한 시공자를 찾을 수 없어 걱정이 많았던 부평의 숲속집이

다행히 시공자를 찾아 착공을 했고 그새 골조공사가 끝나가고 있다.

또 많은 수정과 인내와 고민이 요구되었던 목동의 오이삼 프로젝트가 양천구와의 몇번의 사투를 끝내고

(서로 물러설곳을 만들어놓지않고 싸웠다는 점에서 사투 가 적당한 말인듯하다) 또 한참의 고민의 시간을 

보내고 마침내 시공사를 선정해 착공을 하였다. 

음 그리고 진안의 three one house (내가 오늘부터 이렇게 부름 ㅋ, 구 이랑교사사택) 프로젝트가 

시공사를 결정하고 착공에 들어가 벌써 골조가 끝나간다.

거기다 장흥주택이 끝나자 마자 압박이 들어온 세번째 Low Cost House 화순주택이 10월초에 공사를 시작해

지난 11월 1일에 완공식을 마쳤다. 엄청난 속도였다 ;;;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난 10월 22일에 2013 젊은 건축가상 시상식을 시작으로 대한민국건축문화제에 전시를 

하였고 건축가와의 대화도 무사히 마쳤다.

물론 그 사이사이 몇몇 대학과 단체에 특강을 하기도 했다.


휴… 정말 놀랍다. 

적고 나서 보니 이렇게나 많은 일이 지난 두달동안 있었나 싶을 정도로 다양한 일들이 있었다.

이러니 거의 단 하루도 별일없이 평화롭게 지난간 날이 있었나 하고 느낄만 했다. 


참 하나하나 되짚어 볼라치면 정말 많은 할얘기들이 있는 사건들이었는데 

무엇부터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할지 막막할 정도다. 

아쉽게도 각각의 이야기들이 적당한 때를 놓친것 같긴 했지만 

이제부터라도 하나하나 차근차근 정리를 해볼 생각이다.


지난 몇일동안 젊은건축가상 책에 들어갈 원고들을 썼다. 

아무래도 블로그에 쓰는 글보다는 훨씬 공식적이고 공손하고 정제해서 쓸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 다시 막상 블로그에 글을 쓰려고 보니 아직 편하게 글을 날려쓸 수가 없다.

하루쯤 쉬고 다시 편한 마음으로 글을 쓸 준비를 하고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 것 같다.

글이 너무 딱딱해지는 느낌이랄까. 



131110 Y


  


지난 6월에 시작해 어느덧 3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작업한 날짜는 약 25일밖에 되지 않지만 장마를 피하고 다른현장과 겹치다보니 시간이 미루고 미뤄져

9월2일 에서야 완공식을 하게되었다.


그 사이에 오매불망 집을 기다리시던 가족들, 특히나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이번 주택은 개인적으로 지난번보다 훨씬 더 힘들었다.

장마덕분에 다른현장들도 여름내내 일정이 미뤄지다 보니 이곳에서 작업하시던 분들이 내려오시는 날짜를 잡기가 어려웠다.

덕분에 장흥군이나 어린이재단과도 일정때문에 많은 이견과 타협과 이해가 필요했다. 


하지만 찌는 날씨와 어려운 스케줄속에서도 무사히 작업을 마쳐주신 작업팀과 

부암동에 이어 또다시 현장으로 뛰어들 수 밖에 없었던 우리 JYA 가족들. 

특히나 Low Cost House series 를 보고싶어 하던 채연이와 명화, 

아마도 현장에서 느낀 모습은 기대했던 것과는 달랐을 것 같지만 

끝까지 웃으면서 함께해줘서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거기다 마지막으로 2박3일 일정으로 장흥에 함께 내려가 잡일부터 저녁준비까지 투덜거리면서 해줄건 다 해준

우리 대한민국 최고의 건축사진작가 황효철 작가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덕분에 우리의 전라도 나들이가 더 재미있었지 싶다.


프로젝트가 끝나고 돌아나오면서 몇몇 아쉬움이 남았다.

건축주 아버님과 덜 싸울걸 하는 것, 마루위의 조명을 좀더 밝게 할걸 하는것 등등

보여지는 문제만이 아닌 사용자의 입장에서 좀더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느낀다.

Low Cost House series 를 하면서 배우는 많은 것들 중 하나다. 


끝으로 사람이 고프고, 관심이 고프고, 안심하고 살아갈 집이 고팠던 다섯아이들

사람에게 쉽게 다가가는 모습이 인상깊었다. 아마도 다섯명이서 서로를 의지하면서 

지냈기때문에 이리도 밝을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 집이 이 밝고 명랑한 아이들에게 부족했던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집이 될 수 있었으면 하고 바란다.



130928 완공식이 한참지나서 Y



정말 오랜만이다

매번 쓸때마다 오랜만이라는 말을 하게 되고 

그럴때마다 이제부턴 좀더 열심히 이곳에기록을 남기겠다고 다짐을 해봤지만

결국 다시 또 오랜만이다 라는 말을 하게 되는게 참 민망하다.


이 글을 쓰려고 마지막으로 쓴 글을 찾아보니 무려 2월 말에 쓴게 끝이었다.

물론 그 사이에 J가 글을 썼으니 다행이지만.

어쨌든 그래서 오늘은 그동안의 일들을 간단히 정리하고 다음 글들을 위한 사전준비글 정도로 해보겠다.


지난 전라도에서의 일련의 작업들이 장장 5개월여만에 모두 마무리되고 

드디어 서울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 시기쯤 해서 만난게 지금의 부암동 건축주분들이다.

사실 개인적으론 지난 3달여동안 진행해온 프로젝트가 이 것이고 

중간중간 포스팅할만한 일들이 많이 있었지만 그 이야기들은 따로 준비하는게 있어 

모아두고 있는 중이다.

다만 정말로 열정적이고 부지런하시고 긍정적이시고 특이하신 분들이라서 조금은 

특이한 형태와 이질적인것과 한옥의 공존에 대해 좋은점만 봐주셔서 즐거운 맘, 피곤한 몸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 이야기들은 후에 모두 낱낱이 보여드릴 기회가 있을거라고 믿고 우선은 이정도로 정리해 두겠다.


지난 2월말부터 해서 3개월동안 사무실은 무척 바빴다. 

사무실 처음 시작할때 갖고있던 유일한 프로젝트인 충남의 근생시설이 1년도 넘게 돌고돌아 

드디어 본격적인 설계에 들어갔다.

다행히 그사이에 땅문제가 해결이 되었고 미리 들어오겠다고 하는 임대인도 구했지만 여전히 문제는 계속

발생하고 있다. 현재 가장 피곤한 문제는 현재 땅을 일부 임대해쓰고있는 공업사가 나가질 않아서 측량자체를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법적대응까지 고려하고 계시다. 


여기에 그 후 간간히 사무실로 프로젝트 의뢰가 들어온다.

대부분이 우리가 했던 작업들이 소개된 것들을 보시고 연락을 해오신 것이다

정말 고무적인 일이다. 

우리로선 처음에 생각했던 가장 이상적인 프로젝트 수주 방법이며 유일한 방법을 통해 들어오고 있기때문이다.

다만 흥미로운건 우리에게 연락해오시는 분들중 대다수가 벌교주택을 보고 연락을 하신다는 것이다.

사실 벌교주택은 이렇게까지 많은 분들이 관심가져주실 줄 몰랐는데 저예산이라는 점과 뽁뽁이지붕에 대해 

좋게 봐주시는 것 같다. 

어쨌든 그런 이유때문인진 몰라도 연락주시는 대부분의 분들은 굉장히 적은 예산을 갖고 계신분들이다. 

다양한 요구와 매우 제한적인 예산안에서 치열하게 고민해야 하는 프로젝트를 할 수 있음에 진심으로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


그렇게 해서 최근 시작한게 목동의 다세대(말그대로 할아버지, 아버지, 아들 의 이 세세대을 의미한다), 

그리고 부평의 숲속집이다. 

(사실 생각해 보니 '그렇게 해서' 이 프로젝트들을 시작한건진 정확치 않다.  

이분들이 저예산을 갖고 계신 것도 아니고 굳이 벌교주택때문에 우리를 보신것도 아니다.

예산은 그저 원하시는 것을 하실만큼 적당히 갖고 계셨다.)


이외에도 우리에게 제한적 역할만을 원하는 그런 프로젝트가 2개정도 더 진행되어 마무리가 되어가고 있다.

그 덕분에 지금까지 셋이서 지지고 볶고 해오던 사무실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함께 일할 분들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기쁜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주에 공고가 나간 후 예상치 못했던 정말 많은 분들이 지원을 해주셨다.

해외에 계신분들까지 인턴쉽지원을 많이 해주고 계시다. 

일일이 모두를 뵙진 못했고 우리 기준에서 그분들을 판단하기도 참으로 곤란했다.

그저 몇몇 내부기준에 의해 두 분을 선택을 하고 합류를 했다.

다른 지원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휴. 많은 이야기가 있는 사건들을 짧게 나열하자니 더 힘든거 같다.

이제부터 저 각각의 이야기들을 차례로 차근차근 올려야겠다


최근 새벽에 눈이 떠진다. 

걱정이 많아졌다는 몸이 보내는 신호다.

덕분에 가까워진 사무실에 도착하는 시간이 7시 이전이다.

비소리를 들으며 사무실에 홀로있는 아침의 2시간의 여유는 참으로 좋은것 같다.



130529  Y


  




2012년이 가고 어느새 2013년이 되었다.

어느새라는 말 그대로 정말 어느새 2013년을 맞아버렸다.

한국에 들어와서 첫 현장이 작년 10월말부터 시작되어 그 현장을 오고가고

(사실은 거의 가 있었지만) 하다보니 연말에 사무실식구들이 모여 한해를 돌아볼 여유조차 없었다.

그래도 들어온지 약 8개월만에 첫 현장을 열었으니 그 지난 8개월간의 좌충우돌했던 일들이 완전히 헛된일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돌이켜보면 그때는 꼭 될거 같아 보였던 일들이 뜻대로 진행되지 않아 실망하고 그랬던 일이 

의도치않았던 다른 좋은 사건을 만들어내고.. 그렇게 몇번의 다리를 지나 돌고 돌아 열매를 맺은 것중의 하나가

바로 현재의 강진아동센터 현장이다. 

정말이지 한치앞도 알 수 없는게 인생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또한 한편으론 무섭다는 생각도 한다.

앞으로 어떤 일이 어떤 인연으로 이어질지 모르기때문에 

그 어떤 사건도 흘려보내면 안될거 같다는 생각도 든다.

벌써부터 피곤해지기도 한다.



현장을 시작한 후 어쩔 수 없이 현장에 가 있을 수 밖에 없었다.

현장이 직영공사로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이유는 간단했다. 공사비가 매우 부족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소위'눈먼돈' 을 잡아보고자, 

아니 정확하게는 그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믿음에 의해 선택한 방법이었다.

기타 다른이유를 덧붙이자면 기본디자인이 끝난후 실시도면조차 그릴틈이 없이 

시작되어야 했던 현장이었기 때문에 도면이 완전히 준비되지 못한 디자인의 완성도를 보장하는 방법은 현장에서 

지켜보고 풀어가는 방법밖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 덕분에 사무실의 누군가는 항상 현장에서 상주를 하며 관리를 해야했고

때로는 잡다한 준비작업이나 공사도 해야 했다.

정말이지 매우 힘든 일이었고 엄청난 에너지의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한가지 좋았던 것은 바로 현장을 완전히 몸으로, 눈으로, 귀로 익힐 수 있었다는 것이다.

거의 모든 과정을 단순히 기록하는 것뿐만 아니라 공사과정 하나하나를 직접 내 손으로 한 것과 같은 느낌이다.

사실 이것이 네덜란드에서 일하는 동안 가장 갈구했던 것 중의 하나이기도 하니, 

서울에서 멀고먼 강진 그 현장에 내려가는 것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바닥부터 시작해 골조가 완성외고 외장까지 붙여지고 있는 지금의 모습을 보는 동안에는 정말 재밌기도 했다.






현장에서 있는 동안 배운건 물리적인 구축의 과정뿐만은 아니다

바로 그 현장을 만드는 인간군상들에 대해서도 많이 배우게 된다.

이번 현장을 하면서 크게 실망하고 떨궈버린 사람들이 한 셋이 된다.

그들은 이바닥 생리를 잘 모르는, 지극히 일반적인 상식의 잣대에서 계산해봤을때

말도 안되는 가격을 갖고 속이려 든다.

그들에겐 지금까지 해오던 관행적인 일일 수 있겠지만 

상식적인 선에서 이해하기엔 너무나 괴리가 있다.

한국의 현장을 잘 모르기 때문에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건진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에겐 너무나 이상하게 보였다.

왜 좋은 건물, 좋은 환경을 아이들에게 주기위해 모아진 돈을 그런 업자들의 주머니에 

공짜로 넣어줘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나의 상식은 지극히 단순했다. 일한만큰, 그리고 합리적인 이득을 취해가라.

그렇지 못한 관행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 복잡하지도 특별하지도 않은 상식과 잣대가 이 공구리바닥에선 그리 잘 지켜지진 않았던것 같다.


사람을 떨궈버린다는건 참 힘든일이다.

우리는, 개인적으로 적어도 나는, 번잡한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쉽고 명쾌한걸 좋아한다.

사람관계도 그래서 한번 만나면 가급적 믿고 말고 싶다.

두고보고 판단하는 것 같이 오래걸리고 번잡한걸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처음에 보통 믿고 웃으며 진행하다 나중에 그 이면을 알았을때 내가 느끼는 충격이 만만치가 않다.

그래서 사람을 쳐버리는 것이 심적으로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번잡한걸 싫어하듯이 한번 마음에서 버리면 그것도 빨리 정리하는 편이다.

가끔은 속된말로 내가 내돈으로 짓는 것도 아닌데 왜이렇게 스트레스를 받고 해야하나 하는 생각도 한다.

혹시 내가 이 생태계를 잘 모른체, 그 관행을 인정하지 않은체 너무 딱딱하게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도 한다.

지금 내가 잘 하고 있는지 어떤지 판단이 어려울때도 있다.

하지만 정당한 대가가 아닌 돈을 찾아서 건물이, 그리고 그 안의 아이들의 삶이 더 풍부해 질 수 있다면

그것이 맞는 것이라고 일단은 믿겠다.


현장에서 공사하는 사람들을 직접상대하는 것이 꼭 나쁜것만은 아니다.

그중에는 정말 소위 말하는 '업자새끼들'도 있지만 앞으로 다른 현장에서도 함께 일을 할수 있을만한

좋은 분들도 있다. 

어차피 현장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도면을 그려서 현장에 넘기고 끝내는 범위의 사무소가 아니라면,

현장에서 함께 건물을 만들어 갈 많은 분들을 알고 있는 것이 곧 자산이 된다고 생각한다.

다만 많은 과정을 거쳐 그중에서 옥석을 가려내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정말 많은 우여곡절과 보람과 좌절과 실망과 분노와 욕설과 재미와 뿌듯함이 공존하며 진행되는 현장이다.


이제 더이상 욕설과 의심이 없이 현장이 마무리 될 수 있기만을 바란다


130108 Y


 




사무소를 열고 독립을 하고나면 우선 가장 고민되는 것 중의 하나가 

'어떻게 사무실을 알릴 것이냐' 하는 것이다.

이는 다른말로 표현하면 '일거리를 어떻게 찾을 것이냐' 하는 질문과도 같다.


선배들이 하는 가장 흔한말로 제일 좋은 것은 역시나 많은 아는사람, 

그중에서도 집이나 건물을 지을만큼 부자인 '아는사람'이 있는 것이겠지만...

아쉽게도 우리 주변엔 그런 여건을 갖고 계신 '아는사람'이 없다

따라서 이런 상황에 처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취할 수 있는 전략은 근본적으론 한가지 밖에 없다고 본다.

어떤것이든 건물을 잘 끝내는 것.

그래서 그것이 주변에 긍정적인 효과를 만들어 다른 프로젝트와 연결될 수 있는 길을 만드는 것.

말은 참 쉽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또 그렇다고 영 어려운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그런 너무나 '뻔한' 대답만이 결국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될 것이겠지만

그렇다고 그것만이 유일한 방법이 되진 않을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지금 이 순간에도 스스로를 알리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구상하고 있는 많은 젊은 건축가분들이 계시다.


따라서 그런맥락에서 

오늘은 우리에게 사무소를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되었던 '프리젠테이션' 에 대해 매우 간단하게 써보고자 한다. 

물론 여기서 프리젠테이션이란 이렇게 해야한다 라는 얘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우리보다 더 깊은 내공을 갖고 계신분들이 많으니 그런건 어불성설일것이기때문에 

나는 그저 우리의 경험을 소개하려는 것이다.


프리젠테이션.

내가 학부를 다니고 있을때는 이 프리젠테이션이 그저 발표 정도의 의미였다. 

그것도 발표날 아침까지 정신없이 작업을 하다가 발표순간에는 떡지고 피곤에 찌든 몰골로 

그저 급하게 만든 ppt파일을 넘기며 소개하는 것 정도의 의미였다.

아쉽게도 학부때 선생님들 중 그런 '자세'에 대해 진지하고 심각하게 따끔한 충고를 해주신 분이 없으셨다.

아마도 얼마나 피곤하게 당일 아침까지 작업하고 있었는지 알고 계시기때문에 스승으로서 차마 

말을 못하셨을 것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델프트에서 마스터과정을 하면서 이런 프리젠테이션의 자세에 대해 본격적인 지적(?)을 받기 시작했다.

물론 그 디테일한 지적들의 내용은 튜터들마다 모두 달랐지만

강조했던 것들의 공통기저에는 프리젠테이션에 대해 진지한 자세로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어떻게 하면 보여주고 싶은 것을 가장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을지에 대해 사소한 것까지 고려해서

고민하고 준비하라 라는 것이었다고 지금 순간에 추측해본다... (시간이 지나 좀 기억이 미화되고 

희석되긴 했지만 그랬던 거 같다고 믿는다 ㅋ)

어쨌든 그러한 튜터들의 지적을 비록 나는 학부때와 비슷한 작업패턴이 몸에 베어 쉽게 체화하지는 못했지만

함께 공부한 유럽의 다른 친구들의(다는 아니고 주로 프랑스, 이란, 포르투갈에서 온) 프리젠테이션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면서 느낄 수는 있었다.


그러다 네덜란드 사무소에서 일을 하는 동안 이 '프리젠테이션' 에 대해 다시금 많은 걸 보고 느낄 수 있었다. 

사무실에서는 프리젠테이션을 정말 많이 했다.

(내가 했다는 것은 아니고 사무소 파트너가 했다는 것이다)

공식적으로 프리젠테이션을 해야하는 경우는 당연한 것이었고, 

개인주택을 의뢰한 건축주에게도 마주앉아 협의하기전에 건축주 한명을 위해서 형식을 갖춘 프리젠테이션을 하였다. 

거기다 건물이 지어질 대지의 주위에 사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또 구조, 시공, 조경 디자이너에게도.

경우에 따라 그 양이 조금 달라지긴 했지만 굉장히 많은 프리젠테이션을 다양한 사람들에게 하였다.

하지만 많은 프리젠테이션을 준비하는 노력만큼이나 인상깊은 것은 프리젠테이션을 하는 자세였다.

개인적으로 그 파트너의 에너지와 눈빛과 적극성을 존경해 마지않지만 

그는 프리젠테이션을 누구에게 하든 결코 대충하는 법이 없었다. 적어도 내가 지켜봐온 동안에는.

그는 그 넘치는 에너지를 발산하는 걸로 모자라 마치 그 자리를 씹어삼킬듯한 기세로 

너무나 적극적으로 상대방에게 말하고 설득하고 알린다.

건축주라면 이 건축가를 신뢰하게 되거나 혹은 설득당할 수 밖에 없을 것 같고

함께 일할 사람이라면 '아 내가 이 프로젝트에서 굉장히 중요한 사람이구나' 하는 소속감을 느끼게 될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어쨌든 최소한 '이 사람이 정말 이 프로젝트에 대해 열정적이구나' 하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걸보며 프리젠테이션은 아마도 건축가가 프로젝트를 알리고, 

또 자신을 알리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을거 같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어떤 건축가는 느리면서 또박또박 천천히 말을 하면서 자신을 충실하게 알리는 분도 계시다

개인적으로 배우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그 프리젠테이션의 성향은 곧 성격과 비슷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한다.


'프리젠테이션' 이란 단어를 쓰고나니 갑자기 전에 느꼈던 생각들이 떠올라 얘기가 약간 길어졌다.

다시 이 글의 목적인 '경험을 매우 간단하게 소개하려는 글'로 돌아가 마무리 하자면

어쨌든 우리는 본의 아니게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중에 아주 많은 건축주(?)가 있는 일명 social project 들이 있다.

그런 프로젝트는 필연적으로 여러사람이 관여하게 되고, 그런이유로 여러사람에게 프로젝트를 소개해야할 기회들,

즉 프리젠테이션이 많을 수밖에 없다. 본래는.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어째선지 모르겠지만 프리젠테이션을 받는 것을 좀 민망해 하는 분위기가 있는 듯 하다.

건축가가 하고싶어도 받으실 분들이 어색해 하신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적극적으로 프리젠테이션의 기회를 만들려고 노력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얘기가 끝날때쯤에 그저 '그럼 우리가 몇날 몇일에 지금까지의 과정을 프리젠테이션 하겠습니다'

라고 말하면 받으시는 분들도 싫어하진 않아하신다. 그저 좀 어색하고 귀찮아 하실 뿐이지.

그렇게 자리가 마련되면 그저 열심히 준비해서 하면 된다.

물론 사무실 입장에서도 그걸 준비하려면 에너지가 들어가지만 

이것은 건축가의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하고, 동시에 우리의 홍보라고 생각한다.


사실 우리끼리 추측컨데 그런 프리젠테이션의 긍정적 효과로 인해 "강진아동센터" 프로젝트가 연결된게 아닐까 한다.

울릉도 social housing 프로젝트를 디자인하면서 

프리젠테이션을 울릉군에도 해야했고 해비타트에도 해야했지만, 

이와 별개로 추가적으로 우리가 굳이 열심히 준비해서 유니온스틸에 프리젠테이션을 두 번을 했었다.

아마도 그것이 유니온스틸에 우리를 알리는데 좋은 역할을 해서 강진아동센터 가 연결된게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백프로 그것 때문이라고 확신할 순 없지만 최소한 확실하게 말 할 수 있는건

프리젠테이션을 하는것이 안하는 것보단 상대방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 이 훨씬 높다는 것이다.


강진아동센터를 진행하면서도 많은 프리젠티션을 했다.

어린이재단에서, 후원기업들에게, 강진군에게

우리에겐 이 모든 자리가 우리를 알리는 기회가 되었다고 믿는다.






개인적으로 프리젠티이션을 할때마다 

새로운 방법이나 더 효율적인 방법을 찾으려 고민하고 노력하는 편이지만

능력과 시간의 한계로 쉽지는 않다.

하지만 이런 노력과 한계들이 시간이 지나 차츰 쌓이다 보면

우리에게 적합한, 우리의 생각들이 잘 담긴 프리젠테이션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그 프리젠테이션들은 우리를 알리고 보여줄 좋은 기회들이 될 것이다.

프리젠테이션을 두려워 하지 말자. 

독립한 건축가로서는 더더욱 말이다. 



121028 Y in Gangjin  





 


 




마지막 글을 올린지 정확하게 한달이 되었다.

처음에 기획당시에 일주일에 한번씩 올리려고 했던 글들이 이제는 한달간격이 되어 버린 느낌이다.

일의 양(일이 많다는 것이지 프로젝트가 넘친다는 것은 아니니 오해마시길..)이

사람수에 비해 넘치다 보니 글을 쓰는것이 자꾸만 뒤로 미뤄지곤 한다.

좀더 분발해야겠다.


지난 한달동안 무슨일들이 있었는지 생각을 떠올려 보려하니 생각보다 쉽게 떠오르지가 않는다.

매일매일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게 지내고 있는데 돌아보면 특징적으로 정리가 안되는 걸 보니

말 그대로 정신 줄 놓고 있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써 기억을 더듬어 지난 한달을 정리를 해보면

성일이가 합류해서 함께 준비하던 KOCOM 호텔 리노베이션이 건축계의 씁쓸함만을 맛본채 끝나버렸고,

그 동안 몇번의 미팅들을 통해 울릉도프로젝트가 구체화되어 가고 있고

특히나 구조, 방수, 방설 등등의 기술적인 문제들을 풀기위해 고민 가득한 시간들을 보냈다.

여기에 설아가 잠시 합류해 울릉도 유닛의 모델을 만들기 시작했고 울릉도프로젝트 관련해

Union steel 에서 프리젠테이션을 했다.

한국에 와서 처음 접한 '땅집사향'이라는 젊은 건축가분들을 위한 세미나에 가보기도 했다.


그래서 오늘은 그 중에서 KOCOM 호텔 프로젝트에 관해 써볼까 하고 글을 시작했지만

지난번에 이어 두번 연속으로 프로젝트에 관련한 글이 올라가는 것이 너무 딱딱해 보이는 것 같아서

다른얘기를 해볼까 한다.


이 고민은 근래 우리가 가장 고민하고 있는 이야기이며 아마도 사람수가 많지 않은 작은 규모의 사무소들이

한번쯤은, 아니 어쩌면 사무소가 지속되는 한은 항상 직면하고 있을 고민이지 않을까 싶다.


현재 우리가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시작한 순서대로 울산의 구미리교회, 울릉도의 social housing,

곤지암의 주택(이건 이상하게 끝나버렸으나 어쨌든 고민의 당시에 있었으니 이곳에 쓴다),

충남의 3층 주택+상가

그리고 결정되진 않았지만 천천히 준비중인 춘천의 상업건물이 있다.


그러다보니 어느순간이 되서는 둘이서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일의 양이 되어버렸다.

이런 경우에 물론 간단하게 사람을 더 뽑으면 된다 라고 생각하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일이 많아져 그 양을 감당못함을 고민하는 것은 독립을 한 입장에서 미쳐 상상하지 못했던 행복한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상황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우선 사람을 쉽게 고용할 수 없는 이유는

쉽게 말해 저 5개의 프로젝트가 모두 넉넉한 돈을 가져다 주는 프로젝트가 아니라는데에 있다.

자세히 얘기하기는 어렵지만

(아직 결정되지 않은 것도 있고,

충분한 설계비와 프로젝트의 의미 혹은 기회 사이에서 기회비용의 교환이 이루어진 경우도 있다)

저 중에선 돈이 되는 프로젝트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하지만 그에 상관없이 모든 프로젝트에는  똑같은 정도의 노동력이 들어간다.

더군다나 프로젝트가 어느 깊이상으들어가면 최소한 한명이

두 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깊이있게 고민하고 완성도를 높여가는 것에 많은 한계가 있다.


여기서 프로젝트와 사람과 수입의 불일치가 발생한다.


이에 더해 현재는 저렇지만 앞으로도 저만큼의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는한

독립한 작은 사무소에서 staff 를 고정적으로 고용하는 것은 매우 조심스러운 일이 아닌가 한다.


현재 우리에게 가장 두려워 해야 할 것은 완성도를 잃어버리거나

스스로가 설정한 가치를 담아내지 못한채 끝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각 프로젝트에 최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거나,

적어도 지금보단 더 나아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그러지 못한다면

그 상황을 경계해야 하고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런 경우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네덜란드에 있는동안을 돌이켜서 생각해보면,

첫번째 방법은 유연한 스케줄의 조정과 재배치에 있다.
암스테르담에 있는 동안 나의 경우에도 동시에 두 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종종 있었다.

각 프로젝트당 둘 혹은 셋이서 진행하던 상황에 그건 꽤나 정신없는 상황이 될수 있었다.

하지만 파트너들은 각 프로젝트를 왔다갔다 할 시간적 여유를 충분히 만들어주었다.

가령 A프로젝트에 1주, 다음 B프로젝트에 1주반 그리고 다시 A프로젝트로 1주반 정도 하는 식이었다.

이 경우에 우선 최소한 1주일이면 한 프로젝트에 충분히 몰입해있다가 나올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은 된다.

따라서 복수의 프로젝트를 근근히 진행할 수 있다.

또한 의외의 장점은 하나만 오랜시간동안 하는것보다 덜 지루할 수 있고(나의 경우엔 그랬다)

두개의 프로젝트를 하는동안 각 프로젝트로부터 생각지못했던 점들을 발견해서

두 프로젝트 모두에 발전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동시에 다른 프로젝트를 하는동안 나의 머리가 두개의 서로 다른 디자인 프로세스를 경험하면서 훈련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식의 스케줄관리가 가능했던 것에는 프로젝트 진행의 투명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투명성이란 단어가 완전히 적절한 의미는 아니지만

여기서 의미하는 바는 일정이나 계획이 프로젝트 초기에, 그것도 아주 이해가능한 수준에서 투명하게 만들어지고

공개되어진다는 것이다.(공개라고 해봤자 미리 건축가에게 알려주는 것을 의미하지만)

이는 건축가의 영역이나 역량이 아니라 건축주, 혹은 개발업자의 수준 문제다.

모든 경우가 그렇진 않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엔 건축가에게 미리 스케줄이 알려지기 때문에

충분히 사전에 스케줄에 맞게 프로젝트를 직원들에게 배치 할 수 있었다.


두번째는 역시나 그때그때 필요한 능력을 가진 사람을 고용해서 함께 일을 진행하는 것이다.

매우 이상적으로 들린다.

하지만 여기서의 딜레마 하나는 그때그때 필요한 사람을 찾기가 매우 힘들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설령 그런분을 찾더라도 비용이 너무 비싸거나 혹은 좀 더 장기적인 계약을 원한다는 것이다.

사실 사무실 입장에서도 가급적이면 장기적으로 함께 일할 수 있는 분을 찾는것이 이상적이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프로젝트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고정비용을 만드는 것이 부담되는 것이 사실이다.


사실 이 부분은 사무실 시작하던때부터 고민을 하던 부분이다.

현재 작은 사무실을 하시는 많은 분들도 비슷한 해결책을 모색하고 계신것으로 알고 있는데

프로젝트가 생길때마다 유연하게 모였다 다시 흩어질수 있는 그런 network 혹은 길드와 같은 pool 을

구축하는 것이다.

따라서 일차적으로는 프로젝트의 크기와 성격에 맞춰 서로 모여서 진행을 하면서

고정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프로젝트의 소화능력을 향상 시키는 것이고

부차적으로는 그러면서 서로가 끊임없이 자극을 주고받아 상호발전을 지속적으로 모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지난 2월 독립 이후에 이러한 환경의 구축을 위해 관심을 갖고 있지만 쉽지만은 않다.

30대 초반의 우리에게 동등한 입장에서 함께 진행할만한 분들을 찾는것이 쉽지 않고

사실 설계비의 파이가 함께 나눠갖기에 너무 보잘것 없어서 함께 할 것을 제안하기가 쉽지 않은 경우도 있다.


어쨌든 이 문제는 가급적 프로젝트의 프로세스 과정을 투명하게 가져가도록 건축주와 함께 노력하고

끊임없이 주변의 pool 을 넓혀 가는 방법외에는 현재는 다른 방법은 떠오르지 않는다.


시간이 더 지나  다른 방법의 모색 혹은 여기서 언급했던 것의 경과에 대한 이야기를

할 만큼의 성과가 있기를 바란다.


120805 Y






 

+ Recent posts